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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봇 기업의 근거 있는 자신감

입력 2026.01.23 15:01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의 복싱 로봇이 한 남성과 스파링을 하고 있다. 화면 중앙 아래에선 유니트리 관계자가 조이스틱을 활용해 로봇을 조종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의 복싱 로봇이 한 남성과 스파링을 하고 있다. 화면 중앙 아래에선 유니트리 관계자가 조이스틱을 활용해 로봇을 조종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6년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6)’.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내세운 복싱 로봇은 기대에 못 미쳤다. 느린 발은 스파링 내내 상대방을 쫓아가는 데 급급했고, 타이밍을 못 맞춘 주먹은 허공만 갈랐다. 스파링 상대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나뒹굴기도 여러 번이었다. 일어서는 것도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유니트리 직원들은 당당했다. 엉망인 모습에 주눅이 들 법도 했지만, “우리는 최고의 품질을 갖춘 로봇 몸체를 만들고 있다”며 자신들의 기술력을 추켜세웠다. 다른 중국 로봇 부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중국 직원들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용화”, “세계 최대 규모 로봇 데이터”, “세계 최고 로봇 기술력”은 이들이 입에서 빠지지 않는 문구였다.

자신감의 근거가 궁금했다. 중국 부스들을 천천히 살펴봤다. 오락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세운다는 점은 비슷했지만, 특화한 세부 기술이 조금씩 달랐다. 감지 센서와 연산 기술이 주력인 곳(센스타임)은 장기·바둑·체스와 같은 보드게임 로봇을, 인간의 움직임을 로봇에 덧씌우는 기술이 강한 기업(유니트리·엔진AI)은 격투 로봇을 선보였다. 돌봄 시장을 목표로 두고 음성 소통과 부드러운 움직임에 주안점을 두는 기업(아기봇)은 대화형 로봇과 무용 로봇을 선보이는 식이었다.

이 자신감은 자신들이 구축한 ‘로봇 생태계’에서 비롯됐다. 빅테크 기업도 아닌 신생 기업들이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CES에서 만난 한 중국인 관람객은 “유니트리 말고도 아기봇, 로봇에라, 엔진AI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유니트리의 설립일은 2016년, 아기봇과 로봇에라, 엔진AI의 설립연도는 각각 2023년이다. 한국은 완제품에 집중할 때, 중국에선 로봇의 분야별 기술력에 집중해 이름을 알리고 있던 것이다.

이들이 만든 생태계는 실제 중국의 로봇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자신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로봇 몸체 부품의 90%를 자국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2020~2024년 중국 기업과 연구소의 휴머노이드 로봇 특허 출원 건수는 5688건으로, 미국(1483건)이나 일본(1195건), 한국(368건)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과 중국의 차이는 ‘성공과 실패’ 중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갈랐다. 한국은 성공 확률을 따지며 투자했고,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과제 단위의 단기 평가도 이어갔다. 반면 중국은 실패에 투자했다.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보조금을 꾸준히 지급하며 실패 데이터를 쌓아 올렸다. 투자금 환수 등 연구 압박에서도 자유로웠다. 장기적인 수익성과 연구를 담보하는 환경에서 기업과 연구소가 기꺼이 뛰어든 것이다.

기업들도 부족한 기술적 완성도를 ‘실전’을 통해 높이며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 로봇 5000대를 공급한 아기봇 관계자의 말이 허세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아직 물리적으로 고령자나 아이를 돌보는 로봇을 상용화한 곳은 없어요. 우리는 2027년에 이 로봇을 상용화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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