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컬트 정당’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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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컬트 정당’의 길

입력 2026.01.21 06:00

수정 2026.01.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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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당이 위기에 몰릴 때면 꺼내 드는 카드가 있다. 간판 교체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등으로 간판을 바꿔왔던 국민의힘이 또다시 당명 개정을 추진한다. 5년 반 만의 리브랜딩이다. 새 출발을 하겠다는 선언처럼 들리지만, 사람들이 궁금한 것은 다른 데 있다. 그들이 정말 바꾸려는 것이 무엇일까.

당명 개정 논의가 시작된 지 며칠 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한동훈 전 대표를 ‘당원게시판(당게) 여론 조작’을 이유로 심야에 전격 제명했다. 장동혁 대표가 “12·3 계엄에 대해 사과하며 과거와 절연하겠다”면서 쇄신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쇄신을 말한 입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과거를 끊는 것도, 불법 계엄의 책임을 묻는 것도 아닌 당내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이번 결정은 절차와 시점 모두 석연치 않다. 6인 체제 윤리위가 출범하자마자 마라톤 회의를 거쳐 새벽 1시에 보도자료를 뿌린 과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당원게시판에 익명으로 의견을 썼다는 행위가 전직 대표를 제명할 만큼 중대한 범죄인가에 대한 법리 논쟁을 떠나 특정인을 기습적으로 축출한 장면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를 배신자로 여기는 강성 지지층의 정서를 의식한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당 민주주의의 사망”, “한밤중의 쿠데타”라는 표현이 당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걸 보면 국민의힘은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법정에서는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이 구형됐다. 특검은 12·3 불법 계엄을 “반국가 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 질서 파괴 사건”이라 규정했다. 또 “권력욕을 위해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입법권과 사법권을 찬탈해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 집권하려 했다”고도 했다. 물론 윤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도 특검의 수사와 기소를 “이리 떼의 내란몰이”, “망상과 소설”이라며 특유의 뻔뻔함을 과시했다. 이런 윤 전 대통령을 끊어내지 못한 채 계엄 옹호 세력에 질질 끌려다니는 국민의힘을 두고 보수진영에서조차 “극우 컬트 정당”이라며 비판이 나오는데도 장 대표에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 보수에 필요한 것은 당명 교체도, 내부 축출도 아니다. 12·3 계엄이라는 헌정사적 비극 앞에서 어떤 성찰을 하고 있는지, 포스트 윤석열 시대의 가치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쇄신하지 못한 채 사생결단식 충돌을 이어간다면, 지방선거는 보수의 재건이 아니라 몰락의 심판대가 될 것이다. 과거와의 결별은 인위적 배제가 아니라 상식과 법치라는 보수의 본령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것이 없다면 아무리 간판을 바꿔도 소용없을 것이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말처럼 “내용은 그대로 두고 포대만 갈면 성공하지 못한다.”

이주영 편집장

이주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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