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 수사권 막전막후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46)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 수사권 막전막후

입력 2026.01.16 15:03

수정 2026.01.16 15:06

펼치기/접기
  • 전성인(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바로 옆에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앉아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바로 옆에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앉아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1월 14일 한 언론은 금융감독원이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관(이하 금감원 특사경)을 “부원장보 직속으로 별도 구성”함으로써 사실상 인지 수사권 확대와 금융위원회로부터의 운영상 독립을 모색 중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몇 시간 후 금감원은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특사경의 인지수사권 관련 사항은 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겉으로는 주가 조작 같은 자본시장 범죄에 대한 공적 규율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훨씬 복잡하다. 지난해 12월 19일 있었던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이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는 점이 그 증거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자본시장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 수사권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박민우 증선위원을 내세워 “(특사경에 대한 제한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오남용 소지가 있기에 일정한 통제를 둬야 한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금감원 특사경, 금융위 ‘폭력 논리’에 왜곡

그렇다면 금융위와 금감원이 혈전을 벌이는 ‘인지 수사권’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왜 이 두 기관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으르렁대는 것일까?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시간을 10년 넘게 되돌려야 한다.

2013년 정부는 자본시장 범죄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가 조작 및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2013년 9월 금융위 및 금감원 직원을 특별사법경찰로 지명할 수 있도록 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2015년 8월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비로소 금감원 특사경이 탄생했다.

그러나 금감원 특사경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사경 추천권을 가지고 있던 금융위원회가 극구 추천권 행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8년 하반기 이후 국회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가 ‘노골적인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막장극의 제1막은 2019년 4월 1일에 열렸다. 이날 금융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금감원 특사경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선정해 검찰에 이첩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에 한정한다”는 문서를 제출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됐을까? 관련 법률에 반하기 때문이다.

우선 2019년 당시의 구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2항은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하여 수사를 개시·진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소위 ‘인지 수사권’이자 ‘인지 수사 의무’다.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역시 사법경찰관이므로 이 조항이 적용된다(현 형사소송법 제245조의 10 제3항 참조). 그런데 법사위에 제출한 금융위 문서는 사법경찰관의 법적 권한과 의무를 중대하게 제약하는 것이었다. 증선위가 가만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니까.

위 문서의 내용을 인지 수사권이 아니라 금감원 특사경의 ‘직무범위’를 제한한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안 될까? 그것도 안 된다. 구 형사소송법 제197조는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직무 범위는 법률로써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법사위에 제출한 문서는 그런 법률이 될 수 없다. 적법한 법률은 따로 있었다. 통상 사법경찰직무법이라고 약칭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 법 제7조의3 제1항은 금감원 특사경의 직무범위를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로 정하고 있다. 이 법문 그 어디에도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에 이첩한 사건에 한정한다는 내용이 없다.

이 법의 하위 규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법무부령인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 제22조를 보면 “특별사법경찰관은 (중략)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즉시 수사에 착수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형사소송법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이다. 결국 금융위 문서는 형사소송법, 사법경찰직무법과 근무규칙 등을 깡그리 무시하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문제가 커졌다. 과연 누가 법률에 배치되는 이런 합의를 했는지, 또 합의가 있었다면 관련 문서는 존재하는지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당시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던 박용진 의원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런 합의를 수록한 문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합의의 취지와 관련해서 금융위는 “(특사경이) 출범 단계임을 고려하여 시범적으로 정한 것”이고, 법무부는 “금융위, 금감원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답변은 있었으나 의문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깡패 논리에 굽은 제도 바로잡아야

다음 제2막은 2019년 5월 2일에 올랐다. 다급해진 금융위는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을 개정하면서 금감원 특사경의 직무 범위를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선정하여 검찰에 통보한 긴급·중대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으로 한정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불법을 아예 명문화하는 대담함을 보인 것이다.

금감원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해 5월 22일 제3막이 올랐다. 금감원이 특사경 집무규칙안을 발표하면서 제22조에 자본시장법 관련 범죄 전반에 대한 인지 수사 의무를 명기한 것이었다. 그 내용은 형사소송법과 사법경찰직무법을 충실히 옮긴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었지만, 금융위의 입장에는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었다.

금융위에서는 난리가 났다. 금융위는 거의 조직폭력 수준의 협박을 담은 공문을 보내면서 금감원을 압박했다. 예를 들어 그해 6월 3일자 제2차 시정요구 공문을 보면 “금융감독원의 업무를 지도·감독하는 명령 발동”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고, 6월 7일자 제3차 공문에는 “향후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는 핑계로 업무책임자 전체 및 관련 서류 일체를 제출하라고 다그쳤다. 지금 우리가 보는 금감원 특사경의 불완전한 모습은 이런 폭력의 논리에 의해 왜곡된 씁쓸한 결과일 뿐이다.

이제 제도를 바로잡을 때가 왔다. 무슨 이상한 짓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형사소송법과 사법경찰직무법이 규정한 그대로의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깡패 논리에 굽은 것을 곧게 펴자는 것이다. 특정 조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해 바꾸자는 것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2019년 당시 증선위원장으로서 이런 논란을 자초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 문제에서 손을 떼도록 하고, 만일 개입한 바가 있다면 그 부분은 모두 폐기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을 지켜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