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귤, 시큼한 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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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귤, 시큼한 탱자

입력 2026.01.14 06:00

수정 2026.01.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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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5일 충남 천안시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담헌홀에서 열린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5일 충남 천안시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담헌홀에서 열린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지방소멸, 수도권 일극화 대응 논리로 나온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취재하면서 지난해 봄 방문한 독일·프랑스 농촌 마을을 떠올렸다. 지역에서 고령인구가 늘고 청년들이 떠나는 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국가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오죽했으면 독일은 3년마다 ‘우리 마을은 미래가 있다’는 경연대회를 열 정도다. 직전 대회 최고상을 받은 후글핑 마을을 지난해 4월 방문했다. 2864명의 주민이 사는, 우리로 치면 면이나 읍에 해당하는 마을(게마인데)로, 17세 이하의 ‘미래세대’가 575명(20.1%)에 이른다.

이 마을은 6년에 한 번씩 주민투표로 뽑는 면장과 마을의회, 주민들이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한다. 기차 역사를 사서 1층에 카페와 공유오피스를 만들고, 다락 공간은 난민 가족에게 내줬다. 빈집도 사들여 공공 임대주택으로 쓴다. 인근 마을과 함께 체육시설을 짓고 공동으로 사용한다. 면장이 말했다.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를 얘기해주죠. ‘이웃이 차를 잘못 주차해요’ 같은 작은 문제부터 ‘생활할 돈이 없어요’ 같은 큰 문제까지…. 저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거예요.”

독일은 분권화가 잘 된 연방제 국가이니 그렇다고 치자. 중앙정부의 힘이 강한 프랑스에서도 읍·면(코뮌)의 주민 자치가 활발했다. 프랑스 남부의 50여 코뮌들은 ‘연합’을 이루고, 귀농인 육성·농산물 판로 개척 등 공동의 과제를 풀어가고 있었다. 코뮌들은 광역 차원에서는 ‘메트로폴’이라는 연합 형태로 뭉친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광역화가 일반적인 경로”라며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귤이 회수를 건너면 왜 탱자가 되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아무리 좋은 것도 나쁜 환경에 놓이면 본래의 성격을 잃는다. 광역화의 모범 사례로 얘기되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주민들이 마을 정책에 관여하는 구조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대전세종연구원(현 대전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2년 전 발표한 ‘메가시티 논의와 지방행정체제 개편’이란 논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주민자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주민 없는 지방분권 추진과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우리의 지방자치 문화를 단체자치 중심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며, 명분만 자치일 뿐 사실상 관치를 강화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주민 없는 ‘대·충 통합’으로 우리가 얻게 될 것은 ‘달콤한 귤’이 아니라 ‘시큼한 탱자’라는 얘기다.

이재덕 기자

이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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