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구입한 두바이 쫀득 쿠키로, 1개에 5900원을 지불했다. 이유진 기자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를 꼽으라면 ‘두쫀쿠’가 아닐까. 두쫀쿠는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로, 버터에 볶은 카다이프(중동식 면)를 피스타치오 크림에 섞은 뒤 마시멜로 반죽으로 동그랗게 말아낸 디저트다. 쿠키라고 불리지만 오븐에 굽는 과정이 없고 말랑한 피가 특징이라 오히려 떡에 가깝다. 두쫀쿠의 원조 격인 두바이 초콜릿의 유행은 2024년 말 시작됐다. 그땐 높은 가격과 낮은 접근성 탓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 나도 지난해 말부터 퍼진 두쫀쿠 유행은 피하지 못했다. 파는 가게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초, 서울 이수역 인근에서 6000원짜리 두쫀쿠를 처음 사봤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맛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고소하고 바삭한 카다이프와 부드럽고 달콤한 피스타치오 크림의 조화는 단번에 처진 기분을 끌어올렸다. 첫입을 떼는 순간 길게 늘어나는 마시멜로 피와 입술에 잔뜩 묻어나는 코코아 가루가 주는 시각적 재미도 있었다. 매일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몸과 지갑에 미안한 음식이라 간헐적 섭취를 이어오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과 두쫀쿠의 가장 큰 차이는 실제로 두바이에서 구할 수 있는가다. 두쫀쿠는 두바이에는 없고 오직 한국에만 있다. 프랑스 마카롱이 한국에만 있는 ‘뚱카롱’이 된 것과 비슷하다. 카페뿐만 아니라 어떤 식품업종이건 두쫀쿠를 팔면 가게 인지도가 오른다는 공식이 생겼다. 부산 국제시장에 있는 노포가 두쫀쿠 맛집으로 소문나 문전성시를 이루고, 배달 앱에선 연일 ‘두바이 쫀득 쿠키’가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한다. 미역국 전문점 판매 1위 메뉴가 두쫀쿠라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품절 대란에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곳도 여럿이고, 헛걸음을 막기 위해 가게별 재고를 알려주는 ‘두쫀쿠 지도’까지 SNS상에 등장했다.
누군가는 이름도 낯선 이 음식이 탐탁지 않을 수 있다. 개당 50~60g, 한입 먹거리 가격이 평균 5000~6000원이니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없다. SNS상에선 “대한민국 집값보다 두쫀쿠 값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파는 사람도 억울하다. 수입에 의존하는 원재료의 품귀 현상 때문에 가격이 배로 올랐다 한다. 두쫀쿠의 매출 원가율은 40~50%로 알려졌는데, 요식업 평균 원가율을 웃돈다. 폭리라는 비판은 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쫀쿠 만들기에 도전한 이들은 “차라리 사 먹는 게 낫다”는 후기를 남겼다. 가게 홍보를 위해 두쫀쿠를 팔았지만, 재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판매를 중단한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럼에도 이 유행이 싫지 않은 건 오롯이 자영업자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란 생각 때문이다. 반짝 유행에 카피캣(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드는 것)을 쏟아내던 대기업들이 두쫀쿠만큼은 이렇다 할 시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두쫀쿠를 처음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카페 사장은 “배 아프지 않냐”는 물음에 “전국구로 알려지게 돼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유튜브에 남겼다. 좀처럼 활기가 돌지 않던 골목상권이 난데없는 두쫀쿠로 들썩인다. 집 앞 카페는 새해부터 팔기 시작했는데 별다른 홍보 없이 손님이 배로 늘었다고 했다. 이만하면 두쫀쿠가 자영업자들의 밑 빠진 독을 막아주는 두꺼비(전래동화 <콩쥐팥쥐>)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