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로봇 혁명의 길목에 선 가죽 재킷 입은 남자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IT 칼럼] 로봇 혁명의 길목에 선 가죽 재킷 입은 남자

입력 2026.01.09 14:51

수정 2026.01.09 14:55

펼치기/접기
  •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CES 2026 무대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곁에는 오리처럼 걸어 다니는 2대의 로봇이 있었다. 그는 로봇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고, 이날 로봇 산업의 ‘챗GPT 모먼트’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의 이번 발표는 AI가 생각하는 기계에서 움직이는 기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른바 ‘물리적 AI’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젠슨 황은 실제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행동을 계획하는 물리적 AI 모델의 혁신이 완전히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문을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새로운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스마트폰 생태계의 안드로이드처럼 필수적인 기본 플랫폼이 되려 한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로봇 생태계는 꽤 치밀하다. 로봇에게 시각, 추론, 계획 능력을 부여하는 코스모스(Cosmos) 시리즈의 핵심 모델과 도구들을 허깅페이스에 공개했다. 허깅페이스는 AI 모델을 공유·학습·배포하는 플랫폼이다.

지금까지 로봇 공학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실의 가혹함이었다. 로봇이 케이블을 연결하는 법을 배우다가 실패하면 수천달러짜리 부품이 망가지거나 사람이 다친다. 엔비디아는 이 문제를 ‘아이작 랩 아레나(Isaac Lab-Arena)’로 해결하려 한다. 이 오픈소스 시뮬레이션 프레임워크를 통해 로봇들을 안전하게 가상으로 테스트하고 무한히 학습시킴으로써 현실 세계 훈련의 비용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리적 세계를 보고 이해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 ‘아이작 그루트(GR00T)’도 공개했다. 일반적인 멀티모달 AI가 텍스트나 이미지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그친다면, VLA 모델은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물리적인 ‘행동(Action)’을 직접 생성한다.

코스모스가 물리 세계의 법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환경 지능을 제공한다면, 그루트는 코스모스가 제공하는 이해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로봇은 모호한 명령을 받아도 상식과 물리법칙을 통해 추론하고 단계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는 특정 작업만 반복하던 멍청한 자동화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는 지적 존재로 진화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 모든 소프트웨어적 야망을 뒷받침하는 것은 역시 엔비디아의 하드웨어다. 블랙웰 기반 젯슨(Jetson) T4000은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온디바이스 컴퓨팅을 담당한다. 40~70와트(W)의 전력으로 1200테라플롭스의 AI 연산을 수행하는 이 칩은 로봇이 클라우드 연결 없이도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반응할 수 있게 만든다.

앞으로 로봇 산업은 미래 먹거리를 넘어 물리적 노동의 미래를 재정의하게 될 것이다. 엔비디아의 전략은 명확하다. 골드러시 시대에 청바지를 팔았던 리바이스처럼, 로봇 혁명 시대에 ‘지능의 인프라’를 팔겠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로봇 제조사들의 개발 수고를 덜어주는 대신, 자신의 운영체제와 칩셋 없이는 로봇을 만들 수 없는 세상을 꿈꾼다. 이미 허깅페이스에서는 로봇 관련 모델의 다운로드가 폭증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생성형 AI 시대를 지나 ‘행동형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 길목에는 어김없이 가죽 재킷을 입은 젠슨 황이 서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