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극우 대통령 탄생, 민주주의에 또 하나의 고난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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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극우 대통령 탄생, 민주주의에 또 하나의 고난 시작되나

입력 2026.01.02 15:12

수정 2026.01.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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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문 세르히오 에릭 카니우케오 우이르카판 칠레 역사학자·번역 조성훈 경북대 박사과정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칠레 대선 결선서 승리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 산티아고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칠레 대선 결선서 승리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 산티아고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4일 칠레 대통령선거에서 두 이념집단이 맞붙었다. 한쪽은 공산당 후보, 다른 한쪽은 극우 대표자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였다. 카스트는 58.16%, 공산당의 야네트 하라는 41.84%를 얻었다. 이 결과는 라틴아메리카가 최근 10년간 경험한 현상의 일부다. 브라질, 엘살바도르,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볼리비아, 파라과이, 온두라스 등의 나라가 민주주의, 합의, 인권을 무시하는 극우·극보수 정권을 경험했거나 지금도 그 정권 아래 있다. 이 정권들은 사회개혁 요구를 짓밟는 데 폭력을 동원한다. 여성주의, 환경주의, 선주민 및 이민자 집단을 상대로 극단의 언어폭력을 사용한다. 낙태, 안락사, 동성결혼 등을 죄악시하며 이 의제를 국가 입법에까지 적용한다.

쿠데타가 많이 일어나지 않았고, 한 번밖에 내전이 없었던 칠레 역사는 민주주의의 모범이라는 인식이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칠레는 돋보인다. 광업(정제 구리, 이제는 리튬까지 포함), 농업(과일과 포도주), 임업(종이 생산용 셀룰로스) 분야에서 원자재 수출국이다. 한국과 중국 같은 여러 국가의 전략 동반자이기도 하다. 또한 첨단기술(휴대전화·마이크로프로세서·컴퓨터 등)의 수입국이자 기계 설비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칠레에서는 2010년부터 새로운 세대의 진보운동이 일어나 최근 10년 동안 의회 안에서 세력을 늘려왔다. 그 결과 성평등, 환경 및 동물 보호, 선주민, 아프리카계 후손들이 의제로 제기됐다. 이민에 대한 태도에서도 인도주의 성향이 더 강해졌다.

그럼에도 칠레 사회에는 여전히 구조적 문제들이 있다. 첫째, 임금이 낮다. 현 정부하에서 임금은 300~550달러였다. 둘째, 연금도 적어서 150~250달러였다가 현재 유엔 사무총장 후보인 미첼 바첼레트의 연대 기둥(Pilar Solidario) 정책 덕분에 200~300달러로 늘었다. 적은 연금은 사보험 중심인 칠레 연금 모델에 맞선 시민운동이 일어나는 원인이 됐다.

극우, 인권 탄압 부정하는 담론 만들어내

칠레 사회에 대한 불만은 두 갈래의 사회운동으로 터져나왔다. 하나는 성차별에 맞선 2018년의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2019년 10월 칠레 시위다. 그 결과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합의가 도출됐다. 피노체트 독재(1973~1989)가 남긴 헌법의 수많은 요소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진보 담론에 따라 헌법을 바꿀 기회가 생겼다. 이 상황에서 극보수 진영이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 이들은 수적으로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피노체트 독재의 죄악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진보 의제도 거부했다. 2021년 첫 번째 개헌 과정이 시작됐다. 독립 후보 대다수와 사민주의 정당들, 우익 일부가 그 작업을 맡았다. 이에 대해 극보수는 가짜뉴스를 퍼뜨려 대중이 잘못된 정보를 믿게 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언론도 보수진영의 동맹으로 행동했다. 범죄가 이민 물결 때문이라는 기사로 여론을 악화시키고, 경제 정보를 조작해 칠레를 무너져내리는 나라로 묘사했다. 결국 개헌 시도가 실패하고 의회에서 입법 중이던 세제개혁의 동력도 잃었다. 개헌과 세제개혁을 기반으로 삼았던 진보주의자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타격을 받았고, 극우 정당인 공화당과 자유지상국민당이 생겨났다.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칠레를 다시 위대하게’ 모자 쓴 카스트 지지자. 산티아고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칠레를 다시 위대하게’ 모자 쓴 카스트 지지자. 산티아고 로이터·연합뉴스

두 번째 개헌 시도가 극우 정당들 주도로 이어졌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정부는 경제 수치 면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었지만, 지지도가 떨어졌다. 사회운동은 내부의 적이라는 인식도 단단해졌다. 성차별을 반대하고 성다양성을 옹호하는 운동, 환경주의, 선주민 운동처럼 자신들을 진보주의로 정의하는 운동이 적으로 인식됐다. 외부의 적은 인권, 사회권, 환경권을 증진하자는 국제단체와 이민자들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극우는 인권 탄압을 부정하는 담론을 만들어냈다. 피노체트 독재에 대한 찬양도 곁들였다. 시위대를 탄압하며 고문을 비롯한 온갖 인권 침해를 일삼았다.

극우가 초래한 문화 변화는 여론조사에 반영됐다. 2025년 칠레 사람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역사 속 인물이 누구인지를 물어보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와 (우파 정치 연합의 지도자였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이 함께 2위에 올랐다. 현재 많은 이들이 피노체트 독재에 친밀감을 느낀다. 피노체트 독재 시절 3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많은 이들이 정치관을 이유로 처형됐으며 체포 뒤 실종됐다. 17년에 걸친 무자비한 억압이었다.

2025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카스트의 공약 상당수는 이민자 30만명 추방, 공무원 10만명 해고, 트럼프식의 장벽 및 해자 건설 같은 것이다. 그러나 대중은 신경 쓰지 않고 표를 줬다.

가장 큰 패배자는 선주민들

올해 칠레 경제성장률은 연 2.5~2.75%가 될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대체로 낮아지는 중으로 2026년에는 4%에서 3.1%로 낮아질 것이고, 실업률도 8.5%에서 8.3%로 살짝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카스트의 새 정부는 호황 속에서 출범할 것이다. 극심한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담론과 정치 양극화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칠레 경제는 높은 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진짜 패배한 건 진보 정당들이 아니다. 진보 정당들은 절반 가까이 득표하며 의회 내에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패배한 건 칠레인들 자신이다. 칠레 경제의 바탕은 채무와 대량 소비에서 나오는 이익이다. 대중은 출세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온갖 제품을 사며 빚을 진다. 그렇게 해서 부채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그다음 문제는 채무 불이행과 이자다. 이 부분에서 규제가 되지 않는 이윤이 형성된다. 그 결과가 극심한 부채와 부동산 과열 같은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패배자는 선주민들, 특히 마푸체족이다. 불의에 대한 이들의 시정 요구는 이미 범죄로 낙인찍혔다. 몇몇 지역에서는 군인들이 개입한다. 선주민의 권리는 칠레에 장애물이다. 그 권리가 정부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19세기 칠레 정부가 선주민 영토를 무력 점령한 것, 그 뒤 행정부가 펼친 정책, 환경보호 문제도 도마 위에 올라온다. 그렇게 선주민은 가장 큰 적이 됐다. 진보를 가로막는 야만인 취급을 받게 됐다. 칠레는 가장 극렬한 형태의 인종 차별 국가로 후퇴했다. 공존과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와 민주주의도 저당 잡히고 있다. 앞으로 치르게 될 대가도 생각하지 않고 전쟁의 악령을 소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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