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한국·유엔사 ‘DMZ 샅바 싸움’…합참의 ‘민통선 통제 규정’에 해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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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한국·유엔사 ‘DMZ 샅바 싸움’…합참의 ‘민통선 통제 규정’에 해법 있다

입력 2026.01.02 15:06

수정 2026.01.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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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내 대성동 마을. 이준헌 기자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내 대성동 마을. 이준헌 기자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를 둘러싼 한국 정부와 유엔군사령부(UNC·유엔사)의 ‘샅바 싸움’이 매우 이례적인 유엔사의 성명 발표 이후 소강상태다.

유엔사는 지난해 12월 16일 ‘군사정전위원회의 권한과 절차에 대한 성명’이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정전협정 제9항과 제10항을 인용하면서 “유엔사가 비무장지대 접근을 통제할 수 있는 관할권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는 성명이었다. 이는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비군사적 목적의 DMZ 출입은 한국 정부가 승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발의하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자 내놓은 강한 반대 목소리였다. DMZ는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공백 지대라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었다.

관할권 vs 군사통제

유엔사가 성명에서 언급한 관할권(jurisdiction)에 대해 영미법에서는 “법을 말하고 적용할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사가 DMZ 출입을 불허하면서 언급하는 관할권(jurisdiction)이라는 단어는 정전협정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전협정에서는 단지 ‘군사통제(military control)’란 단어가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유엔사가 군사통제를 관할권으로 바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1953년 만들어진 정전협정 제9항은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의 집행에 관계되는 인원과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를 받고 들어가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 비무장지대에 들어감을 허가하지 않는다”로 돼 있다. 한마디로 ‘군인은 DMZ에 들어갈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에 남한은 ‘민정경찰(민사행정경찰)’ 마크를 단 군인들에게 ‘MP(군사경찰)’ 완장을 차게 한 후 DMZ에 투입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DMZ에 근무하는 북한군도 ‘민사경찰’이나 ‘경무’라는 완장을 차고, 감시초소를 민경초소로 지칭한다. 남북한군 모두 ‘경찰의 탈을 쓴 군인’인 셈이다.

엄밀히 말하면 당초 민정경찰과 민사경찰은 생계유지를 위해 DMZ나 한강 하구에 들어가는 주민들을 보호·통제하기 위한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의 집행에 관계되는 인원들이었다. 정전협정은 체결 당시만 해도 DMZ 내에서 농경 활동을 하거나 한강 하구에서 어로작업을 했던 남북한 주민들의 생계 활동을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DMZ 안에서 영농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당초 정전협정은 비군사적 사안에서 민간인이 DMZ에 출입하는 부분에 관해서 상당 부분 허용해줬다. 그러나 지금의 유엔사는 정전협정 이행 임무를 지원하는 군사정전위 비서처장(미군 대령)이 만든 일개 규정을 통해 ‘DMZ 출입 불허’ 조치를 남발하고 있다. 이는 비군사적 사안에 대해 배려한 정전협정의 취지와 정신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 그동안 유엔사는 한반도 정세와 미국의 필요에 따라 화기 반입 공식화 등 DMZ 관련한 유엔사 규정을 수차례 개정한 바 있다.

문제는 유엔사 규정 개정이 선택적이라는 점이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DMZ 무장화는 현실적 이유로 사후적으로 정당화한 반면, DMZ 출입통제 절차는 갈수록 까다롭게 하고 있다. DMZ 출입신청서 제출 기한을 ‘24시간 전 방문 허가 신청’에서 ‘전방사단과 유엔사·연합사 작참부·지구사 작참부 지상작전과를 경유해 유엔사군정위 비서처 접수 근무일 기준 3일 전’으로 변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엔사가 DMZ 관리는 한국군에게 모두 떠맡기고, 미국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DMZ 출입승인권을 ‘조자룡 헌 칼 쓰듯’ 남용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던 이유다. 한국 유엔사는 유엔 기구가 아니라 미 합참의 지휘·통제를 받는 군사 조직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민통선 통제 규정

과거 한·미는 한국군이 DMZ 출입승인과 같은 행정 업무를 유엔사로부터 넘겨받기로 합의한 적이 있다. 2007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39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에서였다. 이는 당시 한·미가 2012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하면서 한국군이 같은 해 4월 17일부터 정전유지 임무 대부분을 담당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SCM 공동성명에까지 명시했던 유엔사와 한국군 사이의 정전관리 책임 조정은 전작권 전환이 미뤄지면서 흐지부지됐다. 이후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시기와 관계없이 DMZ 출입승인권을 가져와야 했으나 이를 포기했다. 예나 지금이나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한국군 수뇌부는 DMZ 출입승인권 문제에 대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무기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군이 유엔사의 DMZ 출입 규정을 개정하도록 여건을 얼마든지 조성할 수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유엔사 규정을 만드는 실무기관인 군정위 비서처를 통해서다. 이 비서처의 비서장은 미군 대령이 맡고 있지만, 그의 상관은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다. 이 자리는 한국군 소장이 맡고 있다. 대한민국은 정전협정의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한국군 소장은 군정위 수석대표 자격으로 유엔사 규정의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밖에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출입과 관련해 합참 차원에서 규정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현재 민통선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을 통해 ‘고도의 군사활동 보장이 요구되는 군사분계선의 인접지역에서 군사작전상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하여 국방부 장관이 지정하는 선’을 말한다.

민통선 이북은 관련법에 따라 무단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민통선을 넘으려면 해당 지역을 지키는 부대원이 아니면 군인이라도 사전 연락해 허가를 받고 출입해야 한다. 여기에 합참 작전본부의 합동작전과장(대령)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의 관리 목적으로 ‘외국 군대는 원활한 민통선 통제를 위해 근무일 3일 전에 한국 합참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하나 만들면 된다. 이렇게 되면 ‘유엔군 가면’을 쓴 미군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그들이 주장하는 DMZ 관할권을 행사하려고 해도 합참의 협조 없이는 어렵게 된다. 이는 한국군이 유엔사의 일방적 통보를 받으면서 불이익을 감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에는 이’로 비칠 수 있으나, 한국군과 미군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해결하면 되는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군이 유엔사로부터 DMZ 출입승인권을 넘겨받기로 했던 과거 한·미 합의사항을 양측이 이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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