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공범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쿠팡의 공범

입력 2025.12.24 06:00

수정 2025.12.24 06:03

펼치기/접기
지난 12월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한국소비자연맹이 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분쟁 조정 신청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월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한국소비자연맹이 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분쟁 조정 신청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도 공범으로 만든 거야.”

지난주 쿠팡 기사에 달린 한 줄 댓글은 현 상황을 아주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결국 국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회 쿠팡 청문회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미국인 쿠팡 대표의 동문서답 속에 맹탕으로 끝났습니다. 쿠팡 대응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쿠팡 입장에서 본다면 이해가 갑니다.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고라지만 쿠팡의 이용자 수는 큰 변동이 없습니다. 쿠팡에 영업정지라도 해서 제재를 가하자는 목소리도 분출됩니다만 우려도 만만찮습니다. 이미 이익을 실현한 김 의장 등 대주주들이 아니라 물류센터 노동자나 배송 기사들, 입점 업체 관계자들의 비명이 커질지 모른다는 겁니다. ‘어떻게 쿠팡 없이 살았을까라고 말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김 의장의 미션은 이미 완수된 것만 같습니다. 별 잘못도 없는 우리 모두 쿠팡의 공범이 됐다는 게 틀린 말 같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커머스 등 플랫폼 기업이 한국에 뿌리내리던 시기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독점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종국엔 소비자 선택권이 없어지고 종속되리라는 우려였습니다. 그럼에도 독점적 지위까지 올라오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기존 지배적 사업자 등 경쟁자도 있고 규제도 있기에 녹록지 않다고 애써 믿었습니다.

그런데 쿠팡은 ‘혁신’을 앞세워 기존 규제를 우회했고, 우리는 너무나 쉽게 빗장을 열어버린 것 같습니다. 기존 물류 업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쿠팡 배송차량은 노란색 영업용이 아니라 흰색 개인용 번호판을 달고 운행하게 됐습니다. 노동자들이 과로로 쓰러지는데도 불구하고 쿠팡 물류센터에 질 낮은 일용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방관했습니다. 입점 업체들이 쿠팡의 정산 주기가 너무 길다는 이야기를 한 지 한두 해가 아닙니다만, 사정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 없습니다.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김범석 의장의 내부거래 등을 규율하기 위해 김 의장을 총수(동일인)로 지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됐습니다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쿠팡 비판 기사를 쓴 언론인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때, 한 발 빼고 사태를 관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정말 쿠팡의 공범일지도 모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