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뒤 온라인의 뉴스 댓글창,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갑자기 ‘알리·테무’ 이야기가 올라왔다. 쿠팡이 망하면 중국 전자상거래(e커머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을 장악할 텐데,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쿠팡 개인정보 털린 것은 화나지만, 그렇다고 알리·테무 쓸 순 없잖아. 쿠팡 배송 기사님들, 힘내십시오”라고 집 앞에 써붙였다는 글도 있었다. 개인정보 유출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기도 전에 유력 용의자 국적이 중국이라는 뉴스가 도배되더니, 중국 플랫폼을 막기 위해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을 초래한 기업의 책임을 면해줘야 한다니. 탈팡(쿠팡 탈퇴)을 막는 혐중(중국 혐오) 정서에 놀랐다.
정작 기자가 취재한 쿠팡 입점 판매자(셀러)들은 이런 이야기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이미 우리 일상에서 뺄 수 없고 쿠팡에도 중국 제품, 중국 판매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쿠팡은 중국에서 판매자 모집 설명회도 여러 번 했다. ‘쿠팡이 망하면 알리·테무가 커지느냐’는 질문에 한 판매자는 “제품 품질의 문제도 있고,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쿠팡에 문제 있다고 알리·테무로 가겠느냐”며 “쿠팡에도 중국 셀러가 엄청 많고 잘 판다. 구매자들은 신경 안 쓰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판매자도 “쿠팡이 줄면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지, 알리·테무로 바로 가진 않는다”며 “다른 플랫폼보다 쿠팡 안에 중국 셀러가 많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이념적 대립으로 가져가 쿠팡을 옹호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차이나 패러독스> 기획 기사엔 수백개의 혐오성 댓글이 달렸다. “기자가 중국인”, “기자가 친중” 댓글이 많았다. 하지만 이 기획은 근거 없는 중국 혐오를 비판한 것이지, 중국을 마냥 옹호하는 내용이 결코 아니었다. 냉정하게 한국 현실을 짚어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을 혐오하면서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다. 그 현실에서 만난 시민들은 ‘차이나 아웃이 가능하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혐중을 계속할 것인가, 제대로 대응할 것인가.
이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