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이성윤 의원 등이 지난 9월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예수를 심판한 빌라도도 ‘리토스트로토스’라는 재판석에 앉은 후 비로소 재판을 시작했다. 판사도 법정의 법대에 앉아 재판한다. 역사적 수치였던 군사독재 시절의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으로 불리다 결국 재심 후 무죄 판결이 선고된 인혁당 사건에서도 판사가 재판석에 앉아 재판했다. 재판석이 정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12·3 불법 계엄 이후 법원의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판사는 누구이길래 법대에 앉아 재판할 권한을 부여받았는가? 법관의 신분과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국민이 선거로 뽑았으면 판사는 선출 권력으로서 그 자체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게 될 터인데, 우리나라 판사는 모두 대법원장이 법조 경력자 중 판결서 작성과 같은 직무수행 능력을 주된 선발기준으로 삼아 임명하는 구조다. 일단 판사가 되면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는 한’이라는 아주 느슨한 기준에 따라 신분과 보수가 철저히 보장된다. 법정에서 판사는 왕 같은 존재로 절대적 ‘갑’이고, 재판을 받는 사람은 판사의 심기를 살피면서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일반적인 법정의 풍경이다.
법원을 어떻게 개혁해갈 것인가?
헌법재판소는 “사법의 독립은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다.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법의 독립성 외에 책임성도 함께 요구된다. 사법권의 독립도 헌법의 최고이념인 국민주권주의에서 연유되는 헌법상 원칙이므로 법원은 국민주권주의를 존중하고 지켜 가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사법의 독립은 국민주권주의보다 하위에 위치하는 헌법상 원칙이며,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12·3 비상계엄이 위헌적 조치인지, 12월 4일 열린 대법원 법원행정처 긴급회의의 참석자와 발언 내용 및 조치가 무엇인지, 대통령선거 후보자 등록을 앞둔 5월 1일 이재명 후보에 대해 극히 이례적으로 초고속 파기환송 판결을 생중계로 선고한 경위가 어떠한지, 서울중앙지방법원 지귀연 재판부와 영장전담판사에 대한 사무분담과 사건배당이 공정하고 투명했는지 등 국민과 국회가 제기하는 여러 합리적인 질문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한 바 없다.
여기에 윤석열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던 3월 7일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재판부가 내린 위법 부당한 구속취소 결정, 내란특검이 청구한 한덕수·박성재·추경호 등에 대한 잇단 구속영장 기각결정이 법원 불신을 가중시켰다. 법원은 신뢰를 잃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법의 독립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침묵하면서 내란과 외환 범행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빛의 혁명을 완수해가는 주권자인 국민은 신성불가침 권력인 법원을 어떻게 개혁해갈 것인가?
12·3 비상계엄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 이르러 대법원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법원장에 대한 내란동조 혐의 수사가 가시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을 정상화하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 인사가 포함된 합의제 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이것이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대법원은 정치검찰이 했던 방식과 유사하게 전국법원장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 공청회를 통해 여론전과 정치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국민 여론의 중심은 내란재판부 설치법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내란재판부 설치법을 둘러싼 위헌 논란은 사실 헌법과 법률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내란재판부 설치법 관련 위헌성 내지 위헌 논란은 다소간의 수정을 거치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고, 실제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재판이 정지되면서 보석으로 피고인이 일시 석방되는 상황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다.
반면 내란재판부 설치법 없이 이대로 가면 법원의 인적 구성과 선행 판결례에 비춰볼 때, 보수성향이 강한 서울고등법원이나 윤석열 피고인이 임명한 대법관이 대다수인 대법원에서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이유로 무죄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종국적으로는 서울고등법원보다 더욱 내란재판 피고인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법원의 판결 선고 시까지 대법원의 인적 구성이 변경되느냐,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이 정상화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사 등을 통해 대법원장 탄핵의 결정적 증거가 나올 것인가가 주요한 상황 변수가 될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가 대법원장 등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는지도 눈여겨 살펴보고 감시해야 할 지점이다.
특수한 범죄 재판부 구성, 위헌적 차별 아냐
현재 논의 중인 위헌 관련 쟁점을 법적으로 살펴보자. 헌법재판소는 앞서 2018헌바209 결정에서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략) 법률이 정한 법관이란 개별 사건을 담당할 법관이 법규범에 의하여 가능하면 명확하게 사전에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위 결정 중 ‘사전에 규정해야 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범죄행위 시나 공소 제기 시가 아니라 심급별로 법원에 사건이 접수되기 전 또는 사건 배당 전으로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항소심 사건배당 전에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 즉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내란·외환죄는 헌법 제정 권력을 가진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배제하는 규정을 헌법에 명시할 정도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특수한 범죄다. 이러한 특수한 범죄를 담당할 재판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구성하기 위해 일반 범죄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위헌적인 차별이 아니다. 특별검사의 임명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서와같이 국회의 폭넓은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따라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또한 평등권을 침해해 처분적 법률에 해당한다는 주장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내란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판사회의만으로 구성하거나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몫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현행 법원조직법상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도 법무부 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들어가 있는데 이때는 위헌이라는 논의가 전혀 제기된 바 없다. 더욱이 이들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서울고등법원 판사회의에서 판사를 추천하지 않거나 의외의 판사가 추천될 것이라는 염려도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국회가 제정한 법의 집행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공무원의 업무 외 집단행동이다. 실제로 그렇게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탄핵심판 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은 국민적 결집으로 돌파해야 할 것이다. 사무분담·사건배당은 법원의 절대적인 권한이 아니며,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써 규율할 수 있다. 또한 본래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장에 위임한 것이니 법률로써 법원장이 아닌 대법원장이 하도록 규정할 수도 있다.
유엔에서 1985년 채택한 사법부의 독립에 관한 기본 원칙을 보면 사건 배당은 사법행정의 내부 사안이기는 하지만, 각국의 국내법과 관행의 틀 내에서 고려할 사항이다. 대법원 재판예규에서도 각급 법원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해 법률이나 대법원 규칙에서 달리 정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제 때가 돼 법원이 신성불가침의 성역 안에 머무르던 시대를 극복하고 있다. 프랑스혁명에서 루이 16세보다 먼저 권좌에서 끌려 내려온 것은 판사들, 일명 법복 귀족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빛의 혁명은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법원개혁을 이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