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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입력 2025.12.10 06:00

수정 2025.12.1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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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회복과 법치수호 경북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회복과 법치수호 경북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소멸시킬 수 있으면 소멸시켜야죠. 그게 안 되니까 문제지….”

12·3 불법 계엄 1년 후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였다. 물론 국민의힘 얘기다. 취재 중 만난 전문가들은 진영을 떠나 극단으로 내달리는 정치 현실을 걱정했다. 걱정의 중심에는 ‘대체 국민의힘을 어찌하오리까’가 있었다.

계엄 1년을 맞은 지난 12월 3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정부의 심판을 호소했다. 불법 계엄을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요구하던 당 안팎의 기대와 목소리를 또 뭉갰다. 누가 뭐래도 국민의힘의 본체는 윤석열과 ‘계몽령’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다시 선언한 것이다. 본체의 커밍아웃 뒤에서 “반헌법적 계엄에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인 25명의 의원은 조연으로 밀려났다.

‘견제 세력이 없어져서’, ‘극우 정당이 또 수권할까봐’ 저마다 생각은 달랐지만, 전문가들의 우려는 한결같았다. 윤 어게인의 인질이 된 제1야당을 저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예 없애버리거나, 안 되면 분해·재조립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다.

여러 번 선거를 치러본 한 정치인은 “보통 사람들은 선거에서 지면 정신을 차릴 거로 생각하는 데 오히려 반대다. 배신자 운운하면서 더 안으로 고립되고, 더 강경한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면서 “더 이상 잃을 게 없을 정도로 철저히 망가지고 나서야 포기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과거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뒤 이어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졌다. 이른바 ‘비명횡사’로 출발한 22대 총선도 대통령 격노나 명품백 같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삽질이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국민의힘은 2022년 지방선거 승리 후 총선과 대선에서 잇달아 참패했는데도 여전히 본체가 윤 어게인이라면 힘을 더 빼는 수밖에 없다.

이호준 기자

이호준 기자

지방선거는 정파적이면 안된다지만,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평소보다 더 정파적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 같다. 아무리 못 해도 윤 어게인의 손을 다시 들어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벽돌 하나 없이 폭삭 무너진 터에서 새로운 뭔가 생겨날지 지켜볼밖에. 이젠 정말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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