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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경기 파주 보광사-따사로우면서도 알싸한, 산사의 겨울 시선

입력 2025.11.26 06:00

수정 2025.11.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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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정태겸의 풍경] (100) 경기 파주 보광사-따사로우면서도 알싸한, 산사의 겨울 시선

계절은 하루아침에 서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반팔을 입고 다녔는데, 눈 뜨니 겨울이 돼버렸다. 가을은 이대로 사그라지는 듯하더니 그래도 반짝 제빛을 뽐내고 빠르게 스러져버린다. 오래 아껴두고 있던 절을 찾아 올랐다. 이때쯤 가겠노라 꼭꼭 감춰뒀던 곳이다. 이곳에 가면 겨울이 주는 감정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기도 파주의 보광사. 가깝지만, 어쩐지 멀게만 느껴졌던 곳이다.

예상 그대로였다. 낙엽은 비처럼 산등성이에서 쏟아지고, 쨍하게 차가운 공기는 태양의 광선을 눈부시게 산란시키던 오전의 산사 풍경이다. 신라 진성여왕 8년(894) 어명으로 도선이 지었다는 이 절은 볼 게 많다. 범종이며 목어, 운판이 모두 문화재다. 시간이 손수 쓸어넘긴 곳마다 그 흔적이 가득하다. 마침 스님의 사시예불 소리가 경내에 가득하다. 이 계절에는 강렬한 겨울 시선이 짙은 그림자를 곳곳에 드리운다. 그래서 더 강렬하게 눈에 다가와 담긴다. 어실각 옆 영조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심었다는 300년 된 향나무에도 겨울의 눈길이 멈춰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은은하게 나무 향기를 선물해줄 것만 같은 착각. 300년간 겨울을 보냈을 저 나무는 이번 겨울이 반가울까? 나는 이번 겨울이 반가운데, 너도 그럴까. 물끄러미 경내에 앉아 그렇게 따사로우면서도 알싸한, 겨울의 시선을 만끽하는 오전이 지나간다.

[정태겸의 풍경] (100) 경기 파주 보광사-따사로우면서도 알싸한, 산사의 겨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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