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또 AI 버블 논란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대표 기술주 7곳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였다. 논리는 바뀌지 않았다. 엔비디아와 같은 특정 AI 기업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불안감이 고조되며 다시 고개를 든 사례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곧장 해명과 진화에 나섰다. “비이성적 요소가 있다”고 인정은 했다. 지나치게 과도한 투자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인터넷 초기가 그랬듯, AI도 그 과도기를 잘 넘길 것이라고 했다. 만약 AI 버블이 터지면 구글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이런 와중에 ‘AGI(범용인공지능) 음모론’이 스멀스멀 튀어나온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기획보도에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어떻게 AGI가 우리 시대, 가장 중대한 음모론이 됐나’라는 글에서 AGI를 둘러싼 기이한 음모론의 작동 기제를 파헤쳤다. 음모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AGI는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비밀리에 어딘가에 배치돼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기술이라는 것. 특히 비밀조직과 같은 음습한 기관, 정부, 특정 기술 엘리트 집단들이 외부로 공개하지 않고 감시 목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SF소설에서나 경험할 만한 섬뜩한 서사다. 가장 과학적인 공간에서 가장 비과학적인 논리가 퍼져나가고 있다는 게 아이로니컬한 점이다.
이쯤 되면 AGI는 기술론이라기보다는 이데올로기나 신앙에 가까워진다. 실체나 합의된 정의는 없으면서 낙관과 믿음만 비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AI 버블을 초래한 건 실은 AGI에 대한 조급한 낙관론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GI라는 고지가 눈앞에 있다’는 믿음은 선점을 위한 비성적 투자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AI 버블이 거론되면 다시 AGI 음모론이 확산하며 불안감을 잠재운다. 이러한 오묘한 공생관계가 비이성적일 만큼 과도한 전 세계적 투자를 지탱시키고 있다.
AGI 음모론은 피터 틸의 적그리스도 개념과 맞닿아 있다. 신적 존재로서 메시아 AI를 부정하고, AGI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AI 규제를 일삼는 세력은 그에게 ‘적그리스도’다. 마치 그리스도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구원(기술 발전)을 부정하는 반그리스도 같은 존재라는 맥락에서다. AGI 음모론자들은 이미 AGI의 실체가 존재하며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다. AI가 버블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이러한 AGI의 실체도 모르는 가엾은 존재’일 뿐이다. 그런 음모론자들에게 피터 틸은 강력한 테크노-종교의 기초 이론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AGI는 이미 논리의 영역을 벗어났다. 맞냐 그르냐의 세계에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믿느냐 아니냐로 양분되고 있을 뿐이다. 기술의 종교화를 부추기는 인물들은 막대한 부와 기술, 정치권력을 거머쥐고 AGI를 정당화하는 중이다. AGI 음모론은 이러한 갈등과 권력투쟁의 부산물이다.
AI가 인터넷 이후 세상을 점유할 결정적 기반 기술임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설사 거품이 존재한다더라도 터지기보다는 서서히 조정되는 수준일 것이다. 문제는 AGI 음모론의 확산에서 발견할 수 있듯, 그것을 종교화하려는 태도와 세력이다. 신앙과 결합한 메시아적 기술로 AGI가 인식되는 순간, 믿는 자와 아닌 자의 싸움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니라 광기의 영역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