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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희토류 전쟁’과 동남아의 선택

입력 2025.11.14 14:46

수정 2025.11.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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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매장량의 20% 동남아에…채굴 과정 환경 오염 불가피

지난 10월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지질박물관에 희토류 산업에서 주요 원소를 추출하는 데 사용되는 광물인 모나자이트 샘플이 확대경 옆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지질박물관에 희토류 산업에서 주요 원소를 추출하는 데 사용되는 광물인 모나자이트 샘플이 확대경 옆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30일 ‘세기의 담판’이라 불린 미·중 정상회담이 부산에서 열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성사된 양국 정상의 대면이었다. 세계의 시선은 양국의 통상 갈등을 해결할 이 ‘물질’에 쏠렸다. 현대 산업을 움직이는 원소, ‘희토류’다.

회담에서 중국발 희토류 수출 통제 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됐다. 양국은 ‘확전 자제’라는 뜻을 공유한 듯 상호 무역 압박을 부분적으로 완화했다. 중국은 지난달 8일 발효 예정이었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급망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희토류 매장량으로 미·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동남아시아에서는 ‘환경 파괴 외주화’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중국 기업 주도의 난개발로 심각한 환경 피해를 겪은 미얀마의 선례가 존재한다. 세계 산업의 혈류를 쥔 ‘희토류 전쟁’. 오늘날 동남아는 어떤 선택을 강요받고 있으며, 한국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무기’가 된 희토류

‘희귀한 흙’이라는 이름을 가진 희토류는 란타넘 계열 15개 원소와 스칸듐·이트륨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일컫는다. 희토류 자석은 고온을 견딜 수 있어 태양광 패널, 전기차, 컴퓨터 칩, 인공지능(AI), 방위 장비 등 첨단 산업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희토류를 희귀하게 만드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희토류는 지질학적 희소성에서부터 기술적 복잡성, 환경적 제약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벽이 존재하는 물질”이라고 밝혔다. 우선 매장지가 드물다. 특히 희토류 자석 생산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중희토류는 중국과 미얀마 외 지역에서는 매우 드물게 분포해 있으며, 매장돼 있다고 알려진 지역도 규모가 작거나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생산 과정이 까다로워 새로운 광산 개발에는 8~10년, 정제시설 구축에는 5년이 필요하다.

중국은 현재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69%, 정제의 92%, 자석 제조의 98%를 담당하고 있다고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추산했다. 노이즈 맥도너 호주 에디스코완대학 국제비즈니스학 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차단하면 모든 국가 산업이 멈출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0년 10월 중국 장시성의 한 희토류 광산 현장에서 흙범벅이 된 채 작업하는 노동자. 로이터연합뉴스

2010년 10월 중국 장시성의 한 희토류 광산 현장에서 흙범벅이 된 채 작업하는 노동자. 로이터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호주에 있는 컨설팅 기업 뉴랜드 글로벌 그룹에 따르면 중국산 희토류는 전 세계 전기차 모터용 자석 생산에 필요한 금속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F35 전투기 한 대를 제작하는데도 희토류 400㎏ 이상이 필요하다고 BBC는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는 2036년까지 전 세계 희토류 자석 수요가 69%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들어 미국의 관세 압박이 커지면서 희토류는 중국의 전략적 카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지난 10월 9일 ‘제62호 공고’ 문서를 통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공식화했다. 극히 적은 양이라도 희토류가 포함된 제품을 수출하려는 외국 기업은 중국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고, 사용 목적도 신고해야 한다고 예고했다.

중국이 꺼낸 비장의 무기, 희토류 통제는 ‘잘 먹히는’ 카드였다. 미국 농가와 산업이 타격을 입자 트럼프 대통령은 100% 추가 관세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강화로 맞섰다. 맥도너 교수는 호주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트럼프 관세에 맞서 사용한 가장 큰 카드가 바로 희토류”라며 “미국인들은 중국의 절대적 지배력을 깨달았다”고 평가했다. BBC도 “중국이 트럼프의 약점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1년 유예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미국의 희토류 자립을 위한 분투는 이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1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희토류가 없으면 자동차, 컴퓨터, 통신장비 등 산업이 마비된다”며 “2년 내 필요한 희토류 자석을 미국 내에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은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과 중요 광물 및 희토류 공급망 강화에 최대 4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고, 지난달 20일에는 호주와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미·호주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런 미국의 분주함을 두고 “미국이 중국 이외의 대체 공급원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뒤지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중 싸움에 등 터지는 동남아?

희토류 대전에서 두 강대국의 시선은 일제히 동남아시아로 쏠린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미개발 희토류 매장량의 최대 20%가 동남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지난달 26일 태국·말레이시아에서 새로 발견되는 매장지에 대해 미국 기업이 우선 투자·채굴·구매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MOU에 “핵심광물 수출 금지 및 수출 쿼터를 미국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희토류 가공에 관해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도 동시에 협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매장된 희토류는 약 1610만t 규모다.

그러나 정작 동남아 국가들은 두 강대국의 관심이 그저 반갑지만은 않다. 희토류 채굴 과정에서 삼림 벌채와 화학물질 유출로 토양과 강의 오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기업 주도 아래 희토류 난개발이 이뤄진 미얀마 카친주와 샨주에서는 강물 색이 주황색으로 변하고, 일부 지점에서 비소 농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희토류 개발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은 강대국들도 안다. 중국 정부는 2012년 보고서에서 과도한 희토류 채굴이 산사태와 하천 오염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환경뿐 아니라 자원 주권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국내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던 터라 미국과의 MOU 체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중 희토류 대전의 파장이 중앙아시아, 호주, 동남아까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의 어깨 역시 가볍지 않다. ‘3대 AI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 희토류 자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제 협력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자원 주권 강화와 함께 지구 저편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에 대한 책임 의식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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