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등장한 부동산 통계 폐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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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장한 부동산 통계 폐지 논란

입력 2025.11.03 06:00

수정 2025.11.0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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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시장 왜곡, 폐지·비공표해야” vs 야 “정책 실패 국민 눈 가리기”

손태락 한국부동산원장을 비롯한 기관 증인들이 지난 10월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손태락 한국부동산원장을 비롯한 기관 증인들이 지난 10월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이 또다시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부정확하고 잦은 통계가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폐지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유인데, 국민의힘은 집값 폭등이라는 대형 악재를 감추기 위한 눈속임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당의 폐지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공식화하면서 폐지나 개편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시장에 제공되는 공공 통계의 공백과 민간 통계 난립, 정보 불균형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13년부터 작성된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통계는 전체 아파트의 가격 동향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원 300명이 표본 3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조사원들은 표본의 매물과 호가, 실거래가격 등을 직접 조사해 적정가격을 책정한다. 해당 기간 표본 단지에 실거래가격이 없으면 비슷한 단지의 실거래가격을 반영해 통계를 추출한다. 때문에 실거래가 기반 통계보다 시의성 있게 시세 변동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표본의 적정성, 호가 반영 등의 이유로 정확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초기부터 있었다. 여기에 주간 단위로 집값 동향을 일일이 밝히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통계 조작 논란까지 불거지며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2023년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가격 폭등과 관련해 부동산원의 아파트가격 통계를 조작해왔다는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간부들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지난해 3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홍장표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11명을 기소했고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부동산원 제공 사진 크게보기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부동산원 제공

■부정확·조작 논란 주간 아파트가격 통계

한동안 잠잠했던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폐지 논란은 지난 9월 하루가 멀다고 서울 한강벨트에 신고가가 찍히던 지난 시점에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마련되고,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말 그대로 맹폭이 이어졌다.

지난 9월 30일 이연희·염태영 민주당 의원실이 국회에서 마련한 ‘주택가격 통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는 호가를 반영하는 통계 작성 방식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주간 시세가 거래 시작점인 매물 호가와 완료 시점인 실거래가를 혼합하면서 ‘매도자’가 주도하는 상승 압력이 통계에 반영된다는 지적이었다. 토론자로 나선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해외 주요 국가는 실거래가에 기반해 지수를 제출하고 있으나, 우리는 실거래가와 호가를 혼합해 작성하고 있다”며 “실거래가에 기반한 신규 통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주간 통계가 오히려 뒤늦은 시장 상황까지 알리고 있다”며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시장을) 몰고 가는 경향이 있어 공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제안을 내놨다.

정부·여당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정조준했다. 지난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는 폐지 또는 공표 반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폐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부동산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실시된 23일에도 민주당은 “투기 심리가 과대 반영되고 왜곡된 수치가 다시 시장을 자극해서 통계 전체가 왜곡되는 악순환”(문진석 의원),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만 키우고 정부와 개인의 의사결정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연희 의원) 등을 들어 주간 통계의 폐지 또는 비공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통계 신뢰성 문제보다는 부동산가격 폭등과 통계 조작 논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민주당이 “부담스럽고 불편하다고 해서 아예 감춰버리거나 없애버리겠다는 것 아니냐”(이종욱 의원) 의심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그는 “통계 조작 의혹을 받았던 민주당 정권이 정권 교체 후에 아예 통계 폐지를 주장하니 참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논란을 소환하기도 했다. 최근 강도 높은 규제와 갭투자 논란 등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정부·여당 측 잡음이 통계 폐지 시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10·15 대책이 나오고 나서 10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가격이 전주 대비 0.5%나 폭등했다. 공론화 없이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가 시장의 혼란과 불신을 초래한 것”이라며 “정책 실패를 숨기기 위해 통계 폐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폐지해도 영향 적다”…“소문에 움직일 것”

전문가들의 의견은 통계의 신뢰성과 폐지의 실익, 폐지 시 부작용 등의 문제를 두고 크게 갈린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조사원들의 판단이 개입돼 통계 자체의 신뢰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며 “최근에는 실거래가격이 제공되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주간 통계만 보고 진입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통계 자체의 실익이 없다”고 폐지에 힘을 실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유튜브와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실거래가가 찍히는 구조에서 주간 통계가 시장을 자극한다는 것은 극히 일부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주간 통계는 이제 필요 없어’라고 해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가 하자고 해서 (없애려)하는 것이 맞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공 통계의 빈자리에는 그 자리를 대체하는 민간 (통계) 공급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 통계의 부재 또는 지연 공표에 따른 더 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주간 통계가 나오지 않으면 비공식 정보에 의존하면서 시장이 더 왜곡될 수 있다”며 “유튜브나 현장 소문을 듣고 움직이는 상황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주간 통계 폐지나 비공표 여부에 집중하기보다 더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는 데 먼저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통계를 막는다고 현실을 고치기는 어렵다”며 “주간 통계를 발표하지 말라는 게 해결책을 가져올 것 같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현재 통계가 거래량이 적고 혼선도 많다”면서 “조금 시차가 있더라도 거래되는 양을 다 보여주는 통계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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