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
제목: 굿 보이(Good Boy)
제작연도: 2025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72분
장르: 미스터리, 공포
감독: 벤 레온버그
출연: 인디, 셰인 젠슨, 아리엘 프리드먼, 래리 페슨덴
개봉: 2025년 10월 22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연극의 3요소는 배우, 관객, 희곡이다. 이를 확장해 영화에도 적용할 수 있을 텐데, 관객들에게 보이지 못하는 영화는 온전한 생명력을 얻었다고 보기 힘들다. 자본을 전제로 해야만 만들 수 있는 영화는 어떻게든 많은 관객을 동원해 최선의 수익을 내야 하는 숙명을 태생적으로 동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의 역사란 시작부터 어떻게든 관객들을 현혹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의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처음에는 ‘움직이는 사진’ 그 자체가 놀라운 볼거리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야기, 특수효과, 새로운 문법, 관람 환경 등 다방면의 실험과 혁신을 통해 진화와 변화를 거듭해왔다.
이중 중요한 하나가 소재다.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소재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관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기 위한 수많은 변화의 노력 중 가장 저렴하면서도 (제작자나 관객 모두에게) 만족도 높은 방식이다.
해외에서 영화 <굿 보이>의 소식이 전해지며 가장 기대를 모은 지점은 영화사 최초로 ‘개의 시점에서 만들어진 공포영화’라는 부분이었다.
이제껏 동물이나 개가 주인공으로 나선 영화는 많았지만, 특별히 ‘공포영화’를 표방한 영화는 흔치 않았다. 최근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이 커진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시의적절한 아이디어임이 분명하다.
인간이 알지 못하는 것을 보는 개의 시선
최근 들어 병치레를 달고 살아가는 토드(셰인 젠슨 분). 언제나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유일한 친구는 반려견 인디(Indy)뿐이다. 어느 날 토드는 누나 베라(아리엘 프리드먼 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대로 가족이 살았던 시골집으로 향한다.
과거 홀로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된 할아버지의 비밀이 담긴 집은 스산한 기운이 넘쳐난다.
토드는 집안 대대로 젊은 나이에 단명한 내력으로 인해 불안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보려 노력한다. 그러나 정작 집안 곳곳에서 인디의 눈에는 보이는 검은 형상의 출몰을 보지 못한다.
영화 <굿 보이>는 72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주인공으로 설정한 개와 심령공포라는 소재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플롯과 상황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보여준 느낌이다. 다시 말하면 관객이 기대할 수 있는 요소는 어느 정도 만족시키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이 작품이 갖는 한계이기도 하다.
이야기든 영화적 기교든 관객이 상상하고 고려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이 영화의 긍정적인 평가에 결정적 한계가 될 수밖에 없다.
감독의 반려견이 보여주는 명연기
이런 이유로 작품을 감상한 후 느끼는 만족도는 관객에 따라 다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연을 맡은 견공으로 감독의 반려견이기도 한 ‘인디’의 연기에 대한 평가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시작부터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인디의 겁에 질린 눈동자와 다양한 감정, 액션 연기(?)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감독이 밝힌 제작 방식도 영화의 소재만큼이나 남다를 수밖에 없어 흥미롭다.
<굿 보이>는 직접 각본까지 맡은 벤 레온버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모교인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다수의 단편영화와 광고, 뮤직비디오 작업을 해오던 그는 반려견 인디를 출연시켜 완성한 실험 단편이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최우수 배우상 후보까지 오르자 본격적인 장편영화를 찍어보기로 계획했다고 한다.
프로듀서이자 아내인 캐리 피셔와 함께 별장을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불길한 공간으로 개조하고 인디의 컨디션에 맞춰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촬영을 진행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람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의 상당 부분에 감독과 아내가 직접 출연했다. 이렇게 장장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마라톤 촬영을 통해 완성했단다.
일단 개를 좋아하는 관객, 여기에 더해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외면하기 어려운 작품임은 확실해 보인다.
배급사 ‘찬란’과 배우 소지섭
/찬란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악명 높은 괴작 <포제션>(1981·사진)이 만들어진 지 44년 만인 지난 10월 8일 국내에 정식 개봉했다. <굿 보이>와 마찬가지로 수입배급사 ‘찬란’의 로고가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2010년 설립한 ‘찬란’은 제작·수입·배급을 병행하는 회사로 영화잡지 기자, 마케터 출신의 이지혜 대표가 운영하는 사실상 1인 회사라고 한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배우 소지섭의 수입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는 외화 수입에 있어 소지섭이 설립한 연예 기획사 ‘51K’의 지원이 크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엄밀히 소지섭은 ‘찬란’의 투자자이자 파트너지만 소유주는 아니다.
소지섭은 대부분 적자임에도 수입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를 ‘좋은 영화 소개를 통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함’이라고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규모상 어쩔 수 없이 한계를 갖는 취급 작품들의 양태로 인해 독립·예술영화 지향적인 수입·배급사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 레퍼토리를 보면 상업적인 작품이 많다.
특히 근래 ‘하이콘셉트 호러’의 유행과 미국의 영화 배급사인 ‘A24’ 브랜드화에 있어 국내 시장을 개척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 <미드 소마>,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그린 나이트>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얼마 전 개봉한 파스칼 플란테 감독의 <레드 룸스>도 공포영화 팬들 사이에서 호평받은 작품이다.
지난해에는 <악마와의 토크쇼>, <존 오브 인터레스트>, <서브스턴스>로 예술영화로서 관객 10만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을 일컫는 소위 ‘아트버스터’(아트와 블록버스터의 합성어)를 3편이나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