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아닌 불평등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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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아닌 불평등의 문제다

입력 2025.10.29 06:00

수정 2025.10.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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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지난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지난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 시즌 2가 현실화하는 걸까요. 초강력 수요 억제를 중심으로 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여론 흐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책 책임자들의 부동산 내로남불 기사가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갭 투자 형식으로 수십억원대의 경기 분당 아파트를 매입한 국토교통부 차관, 지역구에선 전세를 살면서 서울 잠실에 재건축 아파트를 갖고 있는 여당 원내대표, 대출 끼고 강남 아파트를 사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본 경제부총리 등. 공직을 맡기 전이거나 십수년 전 일어난 일들이지만, 내 집 마련의 길이 막혀 열 받은 사람들에게 이런 설명이 설득력 있게 들릴 리 없습니다.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죠.

낯설지 않은 장면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도 부동산가격이 치솟아 정부가 수요 억제책을 내놓으면 민심이 악화했고,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의 다주택 보유·투기 의혹이 잇따라 터졌죠. 집을 두 채 이상 가지면 고위공직자의 결격 사유가 됐고, 1주택자가 되기 위해 시골에 있는 움막집까지 처분해야 했던 코미디 같은 일도 있었습니다. 결국 정책 효과는 온데간데없고 여권이 정치적으로 타격 받은 채 마무리되는 패턴이 반복됐죠. 지금의 상황이 그 경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요즘 오르는 게 서울 부동산만은 아닙니다. 주식, 금, 은, 달러, 가상화폐 등 모든 자산 가격이 들썩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죠. 그만큼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습니다. 고액 자산가들은 더 부자가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더 가난해집니다. 생계도 벅찬 서민, 일자리를 찾아 캄보디아 취업 광고를 뒤적이는 지방 청년에게 대출 억제나 코스피 사상 최고치 같은 뉴스는 허탈한 소식일 겁니다.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자산 가격이 오르는데 나만 소외될 수 있는 두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규제로 욕망을 누를 수 있을까요. 거래를 막는 방식의 수요 억제는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억제가 아니라 공정한 부담입니다. 집값이 수십억원씩 올랐으면 세금도 그에 걸맞게 내야 하죠. 인기 지역의 고가 주택을 보유하는 이들에게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고, 그 세금으로 서민과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강남, ‘마용성’으로 쏠리는 수요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합니다. 여당도 보유세 강화에 전향적으로 나오길 바랍니다. 선거의 유불리만 따질 일이 아닙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서울 종로구청의 탑골공원 장기판 철거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노인들의 여가문화를 살펴봅니다. 장기판이 사라진 후에도 노인들은 계속 탑골공원을 맴돌고 있는데요, 저출산·고령화 시대 노인 여가문화에 대한 고민과 정책적 대안을 짚어봅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을 보좌하는 정책지원관들의 노동 실태를 조명하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집중 타깃이 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의혹도 짚어봤습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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