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보물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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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보물이 될 거야

입력 2025.10.08 06:00

수정 2025.10.0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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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개그맨 전유성의 영결식에서 후배 코미디언 김신영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개그맨 전유성의 영결식에서 후배 코미디언 김신영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그콘서트>는 한때 저의 최애 TV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봉숭아학당’, ‘고음불가’, ‘감수성’ 같은 코너는 매주 일요일 밤 많은 웃음을 주었죠. 방청을 위해 KBS 별관 앞에서 몇 시간을 줄 서며 설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에는 개그맨 전유성이 있었습니다. 대중에게는 ‘웃기지 않는 개그맨’ 정도로만 알려졌지만 <개그콘서트>를 기획한 사람, 수많은 후배를 무대에 세운 스승이 바로 그였습니다. 최근 그의 타계 소식과 함께 쏟아진 후배 개그맨들의 추모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발인식 날 빗속에서 개그맨 조세호는 스승의 운구차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습니다. 김신영은 고인의 병실에서 나흘을 지내며 마지막을 함께했고, 그를 “나의 어른”이라 불렀습니다. 김신영과 전유성이 생전에 나눈 대화는 여운을 남깁니다.

“저 이제 한물갔어요”, “한물 가고, 두물 가고, 세물 가면 보물이 되거든. 너는 보물이 될 거야.”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후배에게 삶의 좌표를 제시하는 말이었습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어른다운 어른’의 부재를 절실히 느끼는 요즘,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돼준 전유성의 존재는 소중했을 것입니다. 웃음만이 아니라 인생을 버텨낼 힘과 태도를 전해준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장례식은 그의 뜻에 따라 희극인장으로 치러졌다고 합니다. 영정 앞에서 김정렬은 고인이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숭구리당당’ 춤을 추었습니다. 묘비에는 “웃지 마, 너도 곧 와”라는 문구가 새겨졌습니다. ‘웃음을 통해 세상을 견디는 법’을 가르쳐 준 한 세대의 어른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추석 연휴를 맞아 합본호로 준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사법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판·검사들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지만, 유의미한 근거를 대지 못하면서 여야 대치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정치가 개혁 과제 완수에 도움이 될지, 우리 사회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짚어봅니다. 또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법 불신을 방조하고 있는 ‘조희대 사법부’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들여다봅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의혹과 관련해 담당 부장검사가 당시 지휘부인 지청장과 차장검사를 수사 의뢰하는 초유의 일이 있었습니다. 노동청이 쿠팡 대표이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는데 지청장과 차장검사가 무혐의 처리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건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문제는 없는지 짚어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END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의미와 전망, <은중과 상연> 등 여성 서사를 담은 드라마의 인기 이유도 살펴봤습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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