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일하는 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입력 2025.10.01 06:00

수정 2025.10.01 08:40

펼치기/접기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18세기에 자동으로 체스를 두는 기계로 알려져 큰 화제를 모았으나, 실은 내부에서 작동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 아마존은 여기서 이름을 따와 간단한 디지털 업무 등을 수행하는 긱(gig) 노동자들의 플랫폼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를 만들었다. 위키피디아

18세기에 자동으로 체스를 두는 기계로 알려져 큰 화제를 모았으나, 실은 내부에서 작동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 아마존은 여기서 이름을 따와 간단한 디지털 업무 등을 수행하는 긱(gig) 노동자들의 플랫폼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를 만들었다. 위키피디아

2020년 2월 서울의 한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2020년 2월 서울의 한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인공지능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22년 무렵이었습니다. 그해 연말 ‘챗GPT’가 출시되며 많은 사람을 흥분에 몰아넣었죠. 당시 저는 뉴스레터를 쓰고 있었는데, 관련 주제를 다루기 위해 궁리해봤습니다. 그때 제가 내린 결론은 인공지능 자체에 대한 극단적 환상 혹은 극단적 공포 모두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강조하듯, 인공지능은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미 챗GPT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고, 발전해왔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누구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죠.

언론계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논란과 열광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해외에선 인공지능 검색이 빠른 속도로 기존 뉴스 사이트로 연결되던 트래픽을 집어삼키며 언론사들의 광고수익은 반토막이 나고 있다고 하고요.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데이터가 실제로 어떻게 학습돼 산출물에 영향을 주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무력하게 기술기업에 저작권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기자를 해고하고 대신 ‘인공지능 기자’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는 콜센터 사례와 마찬가지로 기업에는 이득이 될지 모르나, 독자(소비자)와 기자(노동자)에게는 각각 퀄리티 하락, 노동 복잡성·강도 상승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광석 서울과기대 교수는 “인공지능의 도입은 노동에 대한 가치 평가 절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죠.

과거 한 책에서 인상 깊게 본 일화가 떠오릅니다. 나치 독일의 난민이었던 권터 안더스는 194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뒤, 어느 날 친구와 한 테크놀로지 전시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안더스는 그날 함께 간 친구의 인상적인 반응을 기록했죠.

“대단히 복잡한 물건 하나가 작동을 시작하는 순간 그는 눈을 내리깔고 조용해졌다. 이보다 더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두 손을 등 뒤로 감췄다. 마치 이 무겁고 품위 없고 한물간 도구를 이렇게 정확하고 정교하게 작동하는 일단의 기계들 앞에 가져온 것이 수치스럽다는 듯이.”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마법처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배달을 하고 취재를 하고 청소를 하는 것은 사람의 손입니다. 오늘날 저는 더 이상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손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도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원

김지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