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언 “유튜브 권력, 정당 후보자 공천에도 개입…아부할 생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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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언 “유튜브 권력, 정당 후보자 공천에도 개입…아부할 생각 없다”

입력 2025.09.29 06:00

수정 2025.09.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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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작심 인터뷰였다.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당내 상황이나 직접 경험한 유튜브 권력의 ‘전횡’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도, “이건 또다시 논의해야 할 주제”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인터뷰 계기는 주간경향의 ‘공장장 가라사대-팬덤 권력’ 기획이었다.

첫 기사들이 출고된 다음 날, 곽 의원은 기사 하나를 SNS에 링크하며 “오랫동안 자신이 가진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한다”라고 적었다.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주간경향은 곽 의원이 가졌다고 밝힌 ‘오랜 문제의식’이 궁금했다. 지난 9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곽 의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곽 의원이 SNS에 올린 글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주간경향의 이번 기획을 두고도 어떤 의도가 있다며 음모론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타인의 의도가 뭐다, 라고 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더 문제다. 사실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추정 혹은 가공의 사실이 대한민국을 지배한 지 꽤 됐다. 과거 제도권 언론이 소위 언론권력을 휘두를 때 절반의 사실과 절반의 추정을 섞어 읽는 사람이 모두 사실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본인들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는 경우는 있었다. 그래도 그때는 교차검증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하고 사실을 더하거나 빼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추정·상상한 사실을 전제로 끝까지 밀고 가는 강도나 빈도가 훨씬 더 심각해졌다.”

-유튜브 방송이 예전엔 제도권 언론에 대항해 순기능이 있었다며 곽 의원도 주제나 내용에 따라 응원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지금은 역기능이 순기능을 압도하고 있다고 보는 건가.

“당연히 민주사회에서 누구든지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그러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은 의견 개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제를 설정한다. 그냥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역기능적인 장치, 특정 선거에서의 영향력을 토대로 의제 설정을 하기 시작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정당 내부 선거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후보자 공천과정에 실제 개입했다. 말씀을 드리면 다 떠오를 것이다. 사실 오랫동안 봐왔지만 다들 아무 소리 못 하고 있을 뿐이다.”

“흔히 ‘정치 고관여층’이라는 말로 포장하는데 유튜브에서 선호하는 말이다. 유튜브에서는 자신들이 하는 이야기나 판단 이외의 것은 정치 저관여층이 보는 것이고, 저열한 판단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지난 정부 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듣기 좋은 얘기만 하는 보수 유튜브 방송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권이 바뀐 지금도 진영을 바꿔 그런 문제가 되풀이될 걸로 보는가.

“‘당신들 사람 때리는 것은 나쁜 짓이야’라고 말하니 ‘쟤네들이 열 대를 때리는데 나는 두 대밖에 안 때리잖아’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다. 구독자들이 인질이 돼 있다. 흔히 ‘정치 고관여층’이라는 말로 포장하는데 유튜브에서 선호하는 말이다. 유튜브에서는 자신들이 하는 이야기나 판단 이외의 것은 정치 저관여층이 보는 것이고, 저열한 판단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정치가 유튜브를 통해 엔터테인먼트화한 건 사실 같다. 그런데 유튜브 방송이 세팅하는 어젠다에 휘둘리는 정치인의 문제도 심각한 것 아닌가.

“실제 유튜브 권력 문제가 이렇게 이슈화될지는 몰랐다. 주간경향 보도를 보고 이렇게 사장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코멘트를 한 것이었는데, 그사이 보도가 쏟아지면서 시간을 두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지금 문제가 불거진 이상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고 반응의 정도가 강력하다. 제가 비난을 많이 받을 거로 생각하는데 안 그렇다. 응원 문자가 훨씬 더 많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튜브 권력’과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튜브 권력’과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곽 의원도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엔 김어준 방송에 네 차례 출연했다.

“후보가 된 이후 선거캠프에서 이번에 꼭 출연해야 한다고 예약해서 몇 차례 나간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나갔다. 나는 내가 사는 방식이 있다. 김어준 전화번호도 알고 있지만, 친소관계를 이용해서 뭔가를 하지 않는다. 출연하지 않고, 이용하지 않는다. 사실 현실적인 팬덤 권력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래됐다. ”

-팬덤 권력이라는 비판의 문제의식은 팬덤이 자신들이 선험적으로 국민의 뜻을 대변하며 누군가를 지키거나 몰아낼 권능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주 잘못된 현상이 맞다. 선출직 공직자는 투표로 당선된 사람이니 그 점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는 걸 알고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 용인되는 사회는 점점 나빠지고, 정치인이 그런 것을 용인하거나 이용하면 올바른 정치인이 아니라고 본다.”

-유튜브 권력을 비판한 곽 의원의 말을 두고 모 대형 유튜브 진행자는 ‘할 수 있는 비판인데 어쨌든 다음 선거에서는 공천을 못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현재 유튜브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힘을 부지불식간에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오만함이 문제 아닌가. 실제 그런 사람들이 있긴 있다. 그 의견을 따르지 않으면 늘 협박이다. 너는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안 돼, 라는 건 정치 이전에 인간으로서 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사람에게 굴복할 생각 없다. 그런 비판은 유튜브 정치권력을 숭배하지 않고 신도가 되지 않으니 하는 공격 같다. 나는 유튜브 정치권력에 아부하거나 뭔가를 갖다 바칠 생각 없다.”

-지지층 사이에서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이 우리 쪽의 누군가 때문이라고 전가하는 문제는 오래된 현상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곽 의원의 장인이기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맞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거기서 파생되는 게 매우 많다. 난 그 한복판에 있었고, 그때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아무것도 없다. 수박을 처단해야 한다는 논리가 노 전 대통령이 비운에 돌아가셨다는 데서 나오는 잘못된 인식 중 하나다. 노무현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니 우리는 노무현의 뜻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다 제거돼야 한다는 식의 극단으로 가고 있다. 그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다. 잘못 생각하는 것이고, 그로부터 이득을 보는 분들이 결국 노무현을 죽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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