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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농담, 재미없습니다

입력 2025.09.26 15:10

수정 2025.09.2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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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 6월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문화예술계에서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5월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최고등급인 코망되르를 수상한 조수미 성악가도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이들을 맞았다.

행사에서 특히 주목받은 건 조 성악가와 김 여사의 관계였다. 조 성악가는 선화예술고등학교 2회 졸업생, 김 여사는 6회 졸업생이라고 한다. 사회를 맡은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를 시사하며 “(두 분이) 선화예고로 학연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 당신도 학연이 있군요?” 소수의 인원만 입장이 허락됐던 행사장이 ‘하하하’ 하는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 자리엔 나도 있었다. 그 말이 왜 웃긴지 몰랐다. 성차별적인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 내내 배우자를 직업인·사회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했다. 피아노 전공자인 김 여사를 ‘예술가’로 소개하자 “예술가가 될 뻔한 사람이지. 예술가는”이라고 말했고, 김 여사가 유학을 포기하고 결혼을 선택한 일화를 언급하자 “남편을 키우는 예술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당시엔 발언을 문제 삼는 대신 기사 안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방식으로 그 불쾌감을 어물쩍 넘겼다.

최근 비슷한 감정을 다시 마주했다. 지난 9월 19일 이 대통령과 2030 청년들의 토크콘서트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가장 가까워야 할 청년 세대끼리, 남녀가 편을 지어 다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 발언이었다.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그렇지 않아요?” 일순간 조용하던 객석에서 ‘하하하’ 하고 웃음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동의를 얻은 듯 살짝 미소를 지은 뒤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여자가 남자를 (미워한다)? 이게 상상하기 어려운 접근이라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번 농담은 전과 달리 큰 파문을 몰고 왔다. ‘청년주간’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주목도가 높은 행사였다. 발언은 SNS와 유튜브를 타고 빠르게 퍼졌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담은 말이란 지적이 곧장 나왔다. 여론도 술렁였다. 야당 대표까지 나서 “분열을 조장하는 성차별적 농담”이라며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어리둥절했을지 모른다. 눈앞에서 다들 웃어주지 않았던가. 뭐가 성차별이고 문제라는 건지. 성공한 농담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 됐다”고 밝혔다(지난 9월 12일 강원 타운홀 미팅). 그래서 “이제는 누구도, 어떤 지역도 특별히 억울하지 않은 그런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고도 말했다. 응원한다. 다만 차별적 발언을 해도 지적받기 어려울 만큼 큰 권력을 갖게 됐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면 좋겠다.

‘그런 농담’에 웃지 않을 수 있는 참모가 더 필요하다. 특히 여성 참모 말이다. 현재 대통령실 차관급 이상 참모진 중 여성은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단 1명이다. 토론을 통한 배움을 즐긴다는 이 대통령이 여성 참모진과 일상적으로 대화와 토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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