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여성 인권 활동가 소미아 다브리왈의 도전
월경 정의를 위한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 발라’의 활동 모습 / 이한재 제공
어느 날 갑자기 몸에서 피가 흐른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가족들은 갑자기 당신을 격리한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을 수도, 집 안에서 잠을 잘 수도 없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인도의 소녀들에게 매달 일어나는 일이다. “인도 여성의 70%는 첫 생리날까지도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은 그것이 신의 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도의 월경 정의를 위한 활동가, 소미아 다브리왈(Soumya Dabriwal)의 말이다.
월경에 대한 미신,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다
미국 뉴욕에서 만난 인도의 여성 인권 활동가가 들려준 인도의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월경하는 여성을 저주받았다고 믿는다. 이들 지역에서는 생리 중인 여성을 격리하고, 학교나 직장에 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족과도 만날 수 없게 한다. 이렇게 격리 중에 마구간이나 숲속에서 잠을 자야 하는 여성들도 있다. 위험한 곳에 홀로 격리된 여성들은 범죄 피해를 보거나 곤충·동물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정이 조금 나은 지역도 있지만 인도 전역에 걸쳐 월경에 대한 다양한 미신과 사회적 편견, 오해가 얽혀 있다. 이러한 편견과 싸워온 소미아 활동가는 말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월경 중인 사람은 아예 가족과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어떤 지역에서는 책상이나 의자를 함께 쓰면 안 된다거나, 음식을 함께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신과 편견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이는 종교적·문화적 배경, 커뮤니티, 환경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문제입니다.”
월경과 저주를 연결하는 다양한 미신은 결국 여성의 모든 활동을 위축하는 것은 물론, 여성 스스로 끊임없이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나아가 월경에 대한 모든 종류의 조치와 일반적인 병원 진료까지 막는다. 문화적 금기가 여성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발라’의 소미아 활동가 / 이한재 제공
“4명 중 1명의 소녀가 월경 중에 학교에 결석하며, 이중 상당수가 결국 학교를 그만둡니다. 여성 노동자의 3분의 1은 월경과 관련된 문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습니다.” 기본 위생시설의 부족은 물론, 월경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회활동을 매우 어렵게 한다. 강제로 격리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인도에서 많은 여성은 월경 용품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도 여성의 50%는 헝겊, 나뭇잎, 신문지, 모래 등으로 월경 용품을 대신합니다.” 소미아 활동가에 따르면 인도의 높은 빈곤율도 물론 문제지만, 생각보다 많은 여성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도 용품을 구할 수 없다. 단순히 상점이 너무 멀어서 살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월경 용품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에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용품 자체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상당히 많다. 심지어 사회생활을 위해 스스로 자궁 적출 수술을 받는 여성들도 있어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인도에서 월경은 생물학의 문제이기에 앞서서 문화적·사회 구조적 문제입니다.” 소미아 활동가의 말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오랜 고민이 묻어 있다.
프로젝트 발라, 월경 정의 위한 사회적 기업
인도 여성으로서, 소미아 활동가는 20대 초반부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뛰어들었다. 그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 교육이다. 그는 인도의 각 지역에서 월경과 여성의 몸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프로젝트 발라(Project Baala)는 생리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을 넘어, 여성과 소녀들이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남성과 마을의 원로들을 교육에 참여시켜 공동체의 인식을 바꾼다. 이들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으로 17개 이상의 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활동가들은 월경 용품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에 용품을 보급할 방법도 찾아야 했다. 창립 초기에는 소미아 활동가가 어머니와 함께 직접 천을 잘라 생리대를 제작했다. 이제 인도 28개주를 넘어 네팔, 가나, 탄자니아 등지에도 월경 용품을 공급하는 프로젝트 발라는 직접 다양한 월경 용품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기업이 됐다. 주력 상품인 섬유 생리대는 최대 2년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환경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매달 생리대를 사야 하는 경제적·물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월경 용품 전달이 단순한 시혜적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프로젝트 발라는 가장 소외된 지역에도 지속가능한 유통망을 구축한다. 커뮤니티 내에 ‘발라 리더’를 임명하고 교육해 지역 여성들이 스스로 교육과 용품 조달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다. 소미아 활동가가 가장 강조하는 변화는 제품 보급 자체보다 여성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반대했고, 여성 스스로도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을 누비며 위생 교육을 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여성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변화가 저에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이 모델을 통해 프로젝트 발라는 지금까지 인도와 동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110만명이 넘는 여성과 가족에게 직접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이제 각 지역의 월경 인권 상황을 기록하고, 데이터화해 정부와 국제기구에 알리고 있다.
월경 정의를 위한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 발라’의 활동 모습 / 이한재 제공
“이 문제는 인도만의 것이 아닙니다. 미국, 유럽, 한국처럼 발전된 국가에서도 그 맥락만 다를 뿐 같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소미아 활동가가 말하듯, 한국에서도 안전한 월경의 권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몇 년 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과 ‘깔창 생리대’ 사건을 거치며 이에 대한 논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 빈곤의 문제로 치환돼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유럽 각국에서는 ‘공공장소 생리대 비치 의무 법안’이 논의되고, 많은 곳에서 월경 용품에 부과되는 세금이 폐지됐다.
인도와 같은 극심한 편견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한국은 월경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부족하다. 월경은 저주도, 마법도 아니다. 인도의 여성들이 매달 겪는 현실은 곧 우리 모두의 과제다. 월경 정의를 위한 싸움에 세계의 연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