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한때 생성형 AI는 인류에게 지식과 창의성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유토피아적 도구로 여겨졌다. 평범한 사람도 AI와의 대화를 통해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는 기술 민주화의 정점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현실은 그런 장밋빛 전망과는 사뭇 다르다.
생성형 AI는 기존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넘어 더욱 교묘하고 근본적인 새로운 형태의 ‘지능 격차(Intelligence Divide)’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단지 기술에 대한 접근성 차원을 넘어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즉 ‘AI 리터러시(AI Literacy)’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계급의 탄생을 예고한다. 인류는 지금, 기술이 만든 가장 거대한 분기점 위에 서 있다.
문제는 AI를 활용해 자신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AI 증강 인간(AI-Augmented Human)’과 그렇지 못한 ‘AI 대체 가능 인력’ 사이의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지식 노동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와 품질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 반면 AI 활용 능력이 부족한 노동자는 급격히 하락하는 자신의 경쟁력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AI 기술을 다루는 능력은 높은 ‘스킬 프리미엄’을 형성하며 관련 직종의 임금을 폭발적으로 상승시키는 반면, 자동화 가능한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하락하거나 일자리 자체가 아예 사라지게 된다. 이 새로운 격차는 유료 구독 모델에 의해 더욱 가속화된다. 고성능 AI 모델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려면 월 수십~수백달러의 구독료가 필요한데, 이는 저소득층에게는 또 다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며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현장 역시 새로운 지능 격차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재정이 풍부한 소수 대학은 발 빠르게 유수의 AI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학생과 교직원에게 고성능 AI 플랫폼의 캠퍼스 라이선스를 제공한다. 이들 대학은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 환경을 구축하고, AI 리터러시를 교과 과정에 적극적으로 통합하며 차세대 인재를 길러낸다.
하지만 대다수 평범한 대학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기 벅차다. 많은 대학이 학생들에게 기관 차원의 생성형 AI 도구 접근 권한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지 특정 AI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넘어 학생들이 미래사회의 핵심 역량을 습득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낳는다. AI와 함께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의 격차는 대학 졸업 후 노동시장에서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차이로 굳어질 것이다.
인류는 생성형 AI라는 거울을 통해 스스로의 민낯을 마주하고 있다. 기술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사회 시스템의 선택에 따라 그 결과는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생성형 AI가 만드는 지능 격차는 돌이킬 수 없는 분열과 경제적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기술이 모두를 위한 풍요의 도구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계급을 나누는 낙인의 도구가 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