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영 서울대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 변호사
10월 1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며 우리나라 최초로 ‘기후’를 전면에 내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게 됐다. 그동안 기후대응 컨트롤 부처로서 칼자루를 쥐었으나 칼은 없었던 환경부가 가장 핵심 이행 수단인 에너지전환을 같은 부처 안에서 실행할 수 있게 됐고, 기존에 기획재정부 소관이었던 기후대응기금과 녹색기후기금이 이관됨에 따라 이행 수단인 재원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기후정책을 ‘주류화(mainstreaming)’해야 한다. 탄소중립 목표를 단일 부처나 사업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모든 정책과 행정 과정에 기후라는 우산을 씌워야 한다는 의미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50~60%에 육박하는 독일, 영국 등 선도국가들은 부처 개편을 통해 이를 실현해왔다. 우리도 이번 개편으로 2022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 중 76.2%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에 기후라는 우산을 씌우게 됐다.
32년 만에 에너지와 산업이 다른 부처로 분리되는 것에 대해 심장과 머리를 떼놓아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32년의 관성은 에너지를 산업의 수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2024년 청정에너지 기술은 자체적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경제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는 청정에너지 기반의 에너지전환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에너지전환도, 고탄소 산업의 전환도 성과를 내지 못했고, 탄소중립 선언 후 6년을 허비했다. 오히려 산업부는 제10·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환경부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전원 구성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췄다. 그 결과 2024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현저히 낮은 10.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기존대로 해서 안 될 때는 빠르게 메스를 들고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정상화와 기후대응기금 확대를 통해 그동안 부진했던 전력망, 재생에너지, 청정운송 등 광범위한 에너지전환을 정의로운 방식으로 이뤄내길 기대한다.
에너지 부서의 완전한 이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과 우려가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한 술에 배부르랴. 완벽해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낫다. 원전 수출과 자원 부문을 산업부에 남기는 불완전한 형태의 부처 개편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강력한 카르텔의 저항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한편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완벽한 부처 개편안이란 없다. 영국과 독일도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산업, 에너지, 기후를 통합하거나 분리하며 부처 개편을 거듭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정상화와 기후대응기금 확대를 통해 그동안 부진했던 전력망, 재생에너지, 청정운송 등 광범위한 에너지전환을 정의로운 방식으로 이뤄내길 기대한다. 이러한 노력은 기후위기 극복과 동시에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