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청 폐지와 내란특별재판부(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위헌일까? 공적 기관이나 인물이 정확한 사실과 근거에 입각하지 않은 주장을 공공연히 제기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정치적 기본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추석 전 국회 통과가 예상되는 개정 정부조직법에 담길 검찰청의 폐지가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그 주장의 요지는 ‘헌법에 검사의 영장신청권이 규정돼 있고, 국무회의 심의대상에 검찰총장의 임명이 규정돼 있으므로 검찰청은 헌법기관이다. 따라서 헌법이 아닌 법률로써 검찰청을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청을 헌법기관이라 볼 수 없어
그러나 2021년 1월 28일자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의 결정은 헌법에 규정된 영장신청권자로서의 검사는 검찰청법상의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소처)의 검사가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위 결정의 취지에 따르면 공소청의 검사도 당연히 포함된다. 헌법 제89조의 국무회의 심의대상에는 검찰총장 외에도 합동참모의장, 각군 참모총장, 국립대학교 총장, 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도 규정돼 있다. 이들의 소속 부서, 기관이나 국영기업체를 헌법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공소청법에서 공소청에 공소청장을 두며, 검찰총장으로 보한다고 규정하더라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는 이상 헌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검사 명칭에 대한 국민의 보편적인 정서를 고려한다면, 공소청법에서 공소청에 공소관을 두며, 검사로 보한다고 규정하더라도 특별히 헌법 위반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마친 후 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내란특별재판부(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12·3 불법 계엄은 1980년 전두환의 군사쿠테타 이후 44년 만에 일어난 초유의 사건이다. 내란특검과 내란재판은 87년 헌법이 예상치 못한, 대통령이 자행한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해 가려는 것이다.
그런데 대선 직전에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조희대 대법원의 파기환송 전원합의체 판결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내란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판사는 윤석열 피고인에 대해 형사소송법의 명문 규정과 종래 확립된 수사 및 재판 실무에 반하는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지 판사의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시점에 내려진 것이어서 헌재 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역시 내란특검이 청구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와 같이 내란 사건이 갖는 특별한 역사적 의미에 부응하지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재판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사무분담과 사건배당에 관한 사법행정권을 침해하므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위 특별법에는 특별재판부 구성과 관련해 특별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를 설치하되, 해당 판사들은 대법원장이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인씩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위촉)가 2배수로 추천한 판사 중에서 임명하도록 했다.
이에 대법원은 ‘현행 헌법상 군사법원만 특별법원으로 허용되고 그 외에 특별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특정한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특별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이 예정하지 않는 위헌적 제도다. 반민족행위자처벌을 위한 특별재판부, 3·15 부정선거 행위자 특별재판부 등은 당시 헌법에 근거를 뒀다’는 의견을 냈다.
“내란특별재판부는 개헌 필요” 주장 옳지 않아
특별법원은 법관 자격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재판을 담당하거나 그 재판에 대한 대법원 상고가 인정되지 않는 법원, 즉 예외법원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앞서 본 반민족행위처벌법에 규정된 특별재판부, 특별재판소 및 특별검찰부조직법에 규정된 특별재판소는 법관 아닌 사람이 재판을 했고 대법원 상고가 허용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특별법원이고 헌법적 근거가 필요했다.
반면 현재 계류 중인 특별법상의 내란특별재판부는 모두 법관에 의한 재판이고 대법원 상고가 허용되므로 특별법원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헌법에 별도의 근거 규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법원의 의견은 헌법학계의 극소수설에 터 잡았고, 과거 반민특위와 3·15 부정선거 특별재판부는 비법관에 의한 재판이고 대법원 상고가 불허됐다는 사실을 외면한 셈이다. 이러면서 내란특별재판부가 특별법원이므로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5월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단
또한 대법원은 “사무분담이나 사건배당에 관한 법원의 전속적 권한은 사법권 독립의 한 내용이고 사법행정권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대법원장 및 그 위임을 받은 각급 법원의 장에게 속한다”라며 “국회가 특별 영장전담법관 및 특별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는 것이고(헌법 제101조), 대법원장이나 각급 법원장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하에서 비교적 사법관료적 성격이 강한 법원행정처 출신 대법관이 5명에 이르는 등 사법행정의 우위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대법원장뿐만 아니라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이 임명한 대법관도 8명에 이른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올해 2월 인사 및 사무분담에서는 수원지법에서 특정 사건들을 재판한 판사 3인이 모두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가 됐다. 대법원장이 종전 인사기준과 관행에 반해 사무분담이나 사건배당에 관한 권한을 남용해 특정 성향을 가진 판사들에게 내란재판을 맡긴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법원도 예외 없이 주권자인 국민의 건전한 비판에 귀를 가릴 수는 없다. 대법원장 또한 사법행정권을 내세워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헌법이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이유는 공정한 재판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대법원이 현재 주장하는 위헌 논거는 종전 사법농단 특별형사절차법안에서 주장된 논리를 반복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찬반 의견을 고려해 대법원장에게 재추천 권한을 부여하는 등 보완을 거친다면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법률안이 통과된 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