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지난 8월 말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결과를 ‘성과’로 포장하는 논리가 많다. 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그곳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극우세력의 가짜뉴스 로비에서 기인한 듯한 이 메시지는 정상회담 직전 한국에 혼선을 불러왔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메시지의 진위와 의도를 긴급 검토했다.
회담이 시작된 후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이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의 인테리어나 미국 경제 상황 등을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한국은 “전략적 말뚝”으로 전락했다. 자율적인 공간을 잃고, 미국 패권의 하위 파트너 지위가 심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동아시아 차원의 평화 구상이나 지역 협력의 상상력은 더더욱 배제될 수밖에 없다. 치켜세우며 대화 물꼬를 트는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언론은 찬양 일색이고, 지식인들마저 안도의 숨을 내쉰다. 모두가 ‘국가’의 관점에서만 말할 뿐, 이곳에서 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회담 상황에 모두가 관객이 된 듯하다.
트럼프는 “오해였다”고 밝혔지만, 정작 목적은 다른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주한미군의 전력 구조를 재편하고 운용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회담 후 이 대통령은 ‘국방비 증액’을 밝힌 바 있다. 이로부터 열흘이 지난 9월 3일, 정부는 내년 국방예산으로 66조2947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보다 8.2% 늘어난 금액이다. 여기서 도드라진 대목은 방위력 개선을 위한 13% 증액이다. 만약 국회가 이 안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20조원이 넘는 금액을 무기체계 도입 등에 사용하게 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한국은 “전략적 말뚝”으로 전락했다. 자율적인 공간을 잃고, 미국 패권의 하위 파트너 지위가 심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동아시아 차원의 평화 구상이나 지역 협력의 상상력은 더더욱 배제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국방비 확충은 실질적으로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부담금(SMA)을 확대하는 것과 병행한다. 미국은 한국이 자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까지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산 무기 구매나 미군과의 연합작전에 대한 비용 증가와도 연결돼 있다. 이는 록히드마틴이나 레이시온 같은 군산복합체나 미 정부, 국내 방산업체들엔 이윤으로 남겠지만 그 비용은 전적으로 평범한 시민들에게 전가된다. 주거나 사회안전망 확충은 뒷전으로 밀리고, 군비 지출이 최우선으로 배치된다.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결에 우리를 연루시킨다. 이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을 더욱 가속화하고, 전쟁 위협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외교적 성공’의 이면에는 전쟁 위험이 구조화되는 현실이 있다. 평화와 군축, 군사적 신뢰 구축은 성과의 의제에서 사라져버렸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한국은 “전략적 말뚝”으로 전락했다. 자율적인 공간을 잃고, 미국 패권의 하위 파트너 지위가 심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동아시아 차원의 평화 구상이나 지역 협력의 상상력은 더더욱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비판적 관점’이 실종된 ‘외교 성과’란 말은 한국이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얼마나 충실한 역할을 수행하는지 자랑하는 것일 뿐이다.
외교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취의 기준은 무엇이 돼야 할까? 더 많은 무기 도입이 아니라 더 많은 평화군축 협정을 바탕으로 한 사회안전망 확대와 불평등 완화, 노동조건 개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국가의 외교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왜 우리가 무대의 구경꾼에 머물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