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해의 경제망원경](51) 상처뿐인 승리…트럼프 관세정책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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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의 경제망원경](51) 상처뿐인 승리…트럼프 관세정책의 역설

입력 2025.09.05 15:08

수정 2025.09.0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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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중해 경제학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에서 각 국가에 부과할 상호관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에서 각 국가에 부과할 상호관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는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그 승리에 따른 희생이 너무 크고 치명적이어서 결과적으로 패배나 다름없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표현은 고대 그리스 에피루스의 왕 피루스(Pyrrhus)의 전쟁에서 유래했다. 피루스는 기원전 279년 로마와의 격전에서 간신히 이겼지만, 그의 군대 대부분이 목숨을 잃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에 그는 “우리가 로마와 전쟁을 또 한 번 승리하게 된다면, 우리는 완전히 몰락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예상되는 관세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분석하고 있다. 경제학계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관세를 도입할 경우 단기적인 일자리 증가와 제조업 보호에는 약간의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제조업의 부활”과 “미국 경제의 위대한 재건”이라는 슬로건이 결과적으로 피로스의 승리와 같은 상처뿐인 승리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4년간 미국 GDP 1%가량 감소 전망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무엇일까? 2025년 5월에 발표된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는 원안대로 관세가 도입되면 향후 4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약 1%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 무역전쟁’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관세가 제조업, 서비스업, 농업 등 주요 분야별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류해 분석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관세 도입 초기에 국내산 제품 수요가 늘거나 일시적으로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세 인상에 따라 수입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생산품 가격도 따라서 인상돼 전반적인 경쟁력이 약화할 위험이 크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서비스업과 농업 분야에서는 순수출국이다. 보복 관세가 적용될 경우, 미국산 서비스와 농산물에 대한 해외 수요가 줄면서 해당 산업의 고용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체 고용 손실을 약 1.1% 정도로 추정한다. 관세가 오래 유지될수록 서비스 및 농업 분야의 고용 감소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전체의 실질 GDP가 1% 감소할 것이라면서 50개 주별로 나타나는 충격의 차이도 상세히 분석했다. 약 절반의 주는 실질소득 손실을 겪게 되고, 일부 주는 3% 이상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캘리포니아, 미시간, 텍사스 등은 중간재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고, 대외 무역과 보복 위험에 노출된 수출 산업을 보유한 것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반대로 내수시장 비중이 높고 무역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콜로라도, 오클라호마 등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 그리고 수입 농산물과 경쟁하는 네브래스카 등 일부 농업주는 오히려 소폭의 소득 증가를 기록하기도 한다.

만약 트럼프 2기 4년이 끝나고 관세정책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동안 보호받았던 제조업 부문은 급격한 수요 감소로 인해 고용이 조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내 임금은 하방 경직성을 띠기 때문에 임금 인하가 원활하지 않으면, 제조업 실업률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관세 혜택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둔 지역이 오히려 보호정책 종결 이후 가장 심각한 실업률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지난 9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LATC-유니언 퍼시픽 운송센터 철도 화물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모여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9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LATC-유니언 퍼시픽 운송센터 철도 화물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모여 있다. AFP연합뉴스

관세의 부정적인 효과가 분명함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러한 정책을 고집하는 것일까?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IMD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 관세는 경제적으로는 효과가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성공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관세는 주로 제조업에 적용돼 미국 중산층이 많이 종사하는 서비스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제조업의 비중이 강한 주에서는 지지를 받을 것이지만, 국가 전체의 웰페어를 높이는 데는 기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관세는 정치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도구로, 단순하면서도 외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애국심’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볼드윈 교수는 이러한 관세의 정치적 효과를 의학 용어 ‘플라세보(실질적 효능은 없지만 일시적 위안을 주는 약)’에 빗대어 ‘정책 플라세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2.0’ 얻는 것보다 상처와 후과 더 커

2025년 8월 29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는 데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직접적으로 부여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의 본질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법을 적법하게 적용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IEEPA는 대통령이 ‘미국 국가 안보, 외교 정책 및 경제에 대한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실제로 이런 위협에 부합하는지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 위기와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관세를 부과했으나, 항소법원은 이를 권한 남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항소법원을 “극도로 당파적인 법원”이라고 비난하며, 해당 판결이 “말 그대로 미국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판결은 7 대 3으로 내려졌는데, 다수 의견에는 공화당의 부시 전 대통령 임명 판사가 포함돼 있었고, 반대 의견 판사 2명은 민주당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였다. 최종적인 판단은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

만약 대법원이 항소법원의 결정을 확정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행정명령을 취소해야 할 뿐 아니라 이미 부과된 관세를 환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 관세정책을 유지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판결은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에 국한될 뿐 철강, 알루미늄 등 특정 품목에 적용된 무역확장법 제232조 기반 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결국 ‘트럼프 2.0’은 얻는 것보다 상처와 후과가 더 큰 피로스의 승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상처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과 피해를 남길 것이다. 이 주제는 다음 칼럼으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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