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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특위 ‘최장 공백’이 보여주는 것

입력 2025.08.29 14:59

지난 7월 29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심사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병기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29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심사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병기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리특위 이야기 좀 그만해. 안 그래도 수박(비이재명계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욕먹는데”, “그건 질문하지 마세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위) 구성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들의 최근 답변이다. 앞서 여당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힘과 윤리위를 ‘양당 동수’로 구성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 여당 지지자들이 반발하자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다.

의원의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윤리위는 22대 국회 들어 1년 넘게 ‘휴업’ 상태다. 현재까지 접수된 징계안은 32건에 달한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여성 신체와 관련한 폭력적 발언을 해 60만명 이상이 의원직 제명 국민청원에 동의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강선우·이춘석(현 무소속) 의원, 국민의힘 권성동·윤상현 의원 등 심사 대상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윤리위 가동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사이 “주권자가 선출한 국회의원을 어떻게 다른 의원 손으로 처치하느냐”는 목소리가 의원들 사이에서 힘을 얻는다. 유권자 시민이 정치인의 비위와 폭력적 언행을 허한 것은 아닌데도 여의도에선 이 같은 주장이 공공연하다. 여야가 각 당의 의원을 모두 경징계하는 식으로 ‘거래’하는 관행이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리위에서도 중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손에 꼽힌다. 특히 정치인의 차별·혐오 발언은 파급력이 크고, 혐오 세력에 명분을 제공하는 등 악영향이 상당하지만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 이는 정치인들에게 ‘윤리 문제’가 치명상이 되진 않는다는 메시지를 준다. 문제가 터져도 반성 없이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잠시 휴지기를 갖고는 ‘금의환향’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유죄 확정판결에도 도의적 책임이라도 인정하고 사과하는 정치인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여당이 윤리위 구성을 무기한 보류한 것은 이러한 ‘윤리 불감증’을 교정할 생각이 없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상대 당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면 잘못했다는 인상을 심지만, 책임은 서로 묻지 않는 암묵적 합의의 연장선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당원들께서 걱정하지 않도록 잘 조치하겠다”고 말하고, 여당에서 언급되는 복안이 윤리위에서 국민의힘 몫을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건, ‘정쟁의 도구’로 윤리위를 쓰겠다는 규정과 다름없다.

“정치인이 되면 도덕 감수성이 무뎌지는 것 같아.” 한 여당 중진 의원이 농담 반 진담 반의 푸념을 늘어놓은 적 있다. 징계 사안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지켜봐 온 그의 고백이 씁쓸하면서도 왠지 반가웠다. 무뎌진 윤리의식을 벼리는 작업이 시작될 수 있다는 신호로 보여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윤리위 구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기도 했다.

윤리위 가동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잘잘못을 들여다보며 원칙을 재확인하는 작업으로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의원들이 펼치는 정치와 정책이 변화한 국회 밖 세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시민 윤리 감수성과의 간극이 아닐까.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은 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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