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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조국

입력 2025.08.27 06:00

수정 2025.08.27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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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8월 15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조치로 출소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8월 15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조치로 출소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독재·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들을 억압하고 사건을 조작하는 데는 검찰과 법원도 동원됐다. 피해자들은 시위에 참여하거나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잡혀가 고문 수사를 당했다. 정찰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개월, 수년을 감옥에 갇힌 뒤에야 풀려났다.

2000년대 들어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이 시작됐다. 과거사를 청산해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에서 특별법이 제정됐다. 교수, 법조인, 고위공무원, 역사연구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국가가 사건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어떤 인권침해가 있었는지를 상세히 조사했다. 법원에선 재심 절차가 진행됐다. 법정에서 검찰과 싸우며 까다로운 재심 요건을 뚫어야 했다. 거듭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단계를 거쳐 비로소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국가책임과 자신의 무고함을 확인받는 데 30년 이상 걸린 피해자가 많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떠올린 것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특별사면 전후 이어진 논쟁과 혼란의 원인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였다. 형기의 3분의 1밖에 안 된 시점에 이뤄진 사면의 신속함도 논쟁의 지점이지만, 조 전 대표가 당했다는 검찰권 남용의 실체가 무엇인지, 사면을 위해 달성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 전 대표 지지자들은 조 전 대표는 죄가 없는데 표적 수사를 당해 가정이 풍비박산된 ‘정치검찰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정식으로 어떤 조사를 통해 인정된 내용은 아니다. 검찰권 남용의 구체적인 증거, 문제점을 정리한 자료는 딱히 없다. 우리에게 있는 자료란 법원이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판결문이다. 5년간의 재판과정은 모두 공개됐다.

조 전 대표가 진정 검찰권 남용의 피해자라면 그 검찰권 남용을 제대로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시민에게 낱낱이 설명했으면 한다. 그래야 그 내용을 보고 검찰에 책임이 있는지, 조 전 대표가 무고한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것이 아닌가. 지금처럼 법원의 유죄 판결이 있는데도 그에 배치되는 대통령 특별사면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툭 던지면 불신만 계속 커진다. 그런데 왜인지 조 전 대표는 재심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조국 사태의 후폭풍은 언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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