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 호평 이유는 공포영화로서 본질에 충실한 재미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연출과 더불어 주연을 맡은 남녀 배우의 매력적인 연기는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린나래미디어㈜
제목: 투게더(Together)
제작연도: 2025
제작국: 미국, 호주
상영시간: 102분
장르: 공포, 로맨스
감독: 마이클 생크스
출연: 데이브 프랭코, 알리슨 브리, 데이먼 헤리먼
개봉: 2025년 9월 3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21세기 영화 산업은 분명히 과거와 다른 생태계 안에서 재편되고 있다.
필름의 굴레를 벗어던진 디지털 시대는 이전보다 저렴하고 양질의 영상 제작 환경을 조성했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플랫폼은 누구라도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시험대이자 주류세계로의 진입을 가능케 하는 고속통로가 되고 있다.
도제 시스템이나 전통적 교육과정을 통해 실현됐던 장편 영화감독 데뷔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상당수가 몇 편의 단편영화, 심지어는 장난스러운 영상 클립이 눈에 띄어 감독의 기회를 거머쥐기도 했다.
지난 6월 6일 개봉한 밀도 높은 공포영화 <브링 허 백>의 연출을 맡은 대니 필리포, 마이클 필리포 형제와 마찬가지로 <투게더>를 연출한 마이클 생크스 역시 호주 출신의 신예로 이번 작품이 첫 장편영화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하고 소소한 영상물 만들기에 심취했던 생크스 감독은 다양한 공모와 경연대회에 참가하며 창작의 기회를 이어갔다.
2006년 9월 개설한 뒤 현재 2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개인 유튜브 채널 ‘팀팀페드(youtube.com/timtimfed)’는 그의 경력에 중요한 도약대로 차곡차곡 연출가의 가능성을 준비하고 입증한 무대가 됐다.
권태로운 연인에게 마침내 도래한 난관
꽤 오랫동안 연인관계였던 것으로 보이는 팀(데이브 프랭코 분)과 밀리(알리슨 브리 분)는 활력을 잃은 무기력한 삶의 전환을 꿈꾸며 시골로 이사한다.
주변 숲을 산책하다가 폭우를 만나 길을 헤매던 두 사람은 설상가상으로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고 기괴함이 가득한 이곳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 후 귀가한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강렬한 이끌림이 시작되고, 결국 잠시라도 떨어져서는 견딜 수 없는 밀접한(?) 육체적 관계의 변화까지 마주하게 된다.
일단 <투게더>에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공포영화로서 본질에 충실한 재미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같은 장르 안에서 수없이 봐왔던 장소, 행동, 대사들이 새롭고 효과적으로 재활용되고, 일상의 이질적 순간을 독특한 관점에서 포착해 공포로 치환해낸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보디 호러(Body Horror)’에 충실한 장르적 외형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긴밀하고 특별한 관계’에 대한 괴팍한 우화이자 노골적 은유다.
흔히 ‘나의 반쪽’이라고도 표현하는 ‘영혼의 파트너’란 존재하는 것일까? 함께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감내해야 할 ‘희생’ 또는 ‘상실’의 크기와 고통이란 얼마나 될까?
감독은 “이 영화는 누군가와 인생을 공유한다는 것의 잠재적인 공포, 즉 ‘헌신’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지속적인 불안감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재능 있는 부부 배우의 혼신 연기
감각적이고 명민한 연출과 더불어 주연을 맡은 남녀 배우의 매력적 연기는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각자가 배우, 연출가, 제작자로서의 출중한 활약을 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부부이기도 한 데이브 프랭코, 알리슨 브리 커플은 ‘동반자’로서의 행복과 고통을 표현하는 내면 연기뿐 아니라 노골적이고 긴밀한 접촉이 불가피한 과격한 육체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투게더>는 지난 1월 개최된 2025년 선댄스영화제 미드나잇 부문에 공식 초청돼 처음 공개됐다. 이후 미국 내 배급권을 따내기 위한 유명 배급사, 온라인 플랫폼들의 각축이 있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치열한 경쟁 끝에 최근 작품성 있는 비영어권 영화들의 성공으로 주목받고 있는 ‘네온(Neon)’이 승기를 잡아 북미 배급권 확보는 물론 전 세계 배급권 판매까지 담당하게 됐다.
‘메타크리틱’과 함께 양대 리뷰 사이트로 꼽히는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해 화제가 됐고, 국내에서는 7월 개최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선공개돼 관람객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공포영화 팬이라면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북미 관람문화의 혁신을 이끄는 배급사 ‘네온’
/cinemadailyus.com
미국 관객들이 자막 읽기를 싫어한다는 건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 강국을 자처하는 자존심도 있겠지만, 화면과 자막을 동시에 판독하고 이해하는 행위 자체를 꽤 번거롭고 귀찮게 생각한단다. 당연히 비영어권인 다른 나라의 작품들이 소개될 기회는 줄어들고, 누릴 수 있는 문화 영역의 폭은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소위 ‘빅 5’라 언급되던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워너 브러더스, 유니버설 픽처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소니 픽처스 등이 제작과 배급을 자체적으로 동시에 진행하던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이후 IPTV, VOD,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등 2차 플랫폼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누리면서 특화된 취향과 참신한 전략으로 승부하는 배급사들의 영향력은 크게 성장했다.
지면을 통해 여러 번 언급했던 ‘A24’를 선두로 ‘IFC Films’, ‘네온’ 등의 배급사 로고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로 소비되며 관객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네온은 ‘45세 이하로 폭력과 외국어 그리고 논픽션에 대한 반감이 없는 사람들’을 명확한 타깃층으로 규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작품들로 승부해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북미 배급. 엄청난 흥행과 함께 아카데미 주요 4개 부문 수상이라는 놀라운 성과까지 끌어냈다. 이후 6회 연속으로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북미 배급하며 선구안임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