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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직은 없지만, 곧 온다···주사 대신 알약으로 살 빼기

입력 2025.08.22 14:28

수정 2025.08.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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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호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

비만을 알약으로 치료하는 방식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환자의 생활 리듬을 바꾸고 의료 시스템의 비용 구조와 접근성을 개선한다. 특히 비만 인구가 급증하는 국가에서는 이러한 약물이 공중 보건정책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비만치료제 위고비 입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비만치료제 위고비 입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현대 사회에서 비만은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 대사질환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여전히 비만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게으름의 결과로 오해한다.

이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이 바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다. 이 계열의 약물은 뇌에 포만감을 전달하고 식욕을 억제하며, 위 배출을 지연시켜 식사량을 자연스럽게 줄여준다. 최근에는 비만이 단순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장 축(brain-gut axis)의 생물학적 조절 기능 이상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 밝혀져 치료의 대상이 됐다.

그 결과 GLP-1을 기반으로 한 주사제들이 의학적 체중 감량 치료의 전면에 등장했다. 실제로 일부 주사제는 1년 만에 체중의 15% 이상을 감량시키는 효과를 보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주사 방식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심리적·물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뒤따른다. 번거로운 주사 대신 알약으로는 안 될까?

비만 치료, 왜 어려울까

비만은 단순히 체중이 늘어난 상태가 아니라 몸 전체의 에너지 대사 조절 체계가 무너진 상태로 여겨진다. 체내에는 체중을 조절하기 위한 다양한 생리학적 메커니즘이 존재하지만, 환경적·유전적·호르몬적 요인으로 인해 이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특히 뇌에는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강력한 보상 시스템이 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뇌는 더 강한 식욕을 불러일으키고, 대사를 느리게 하며 지방을 보존하려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즉 의지력만으로는 장기적인 체중 감량이 어려운 구조다.

이런 배경 속에서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보고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GLP-1 계열 약물이 있으며, 이제 이 치료법은 주사에서 알약으로 진화하려는 변곡점에 서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GLP-1 계열 약물을 경구제(알약)로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다. GLP-1 약물은 펩타이드 기반으로, 위에서 위산과 소화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된다. 그저 삼킨다고 해서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효과를 내기도 전에 GLP-1이 위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특정 흡수 촉진 물질과의 조합, 구조적 안정성 강화, 위장에서의 보호 코팅 등 다양한 기술이 도입되면서 경구용 GLP-1 약물이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상용화됐다. 다만 이 약물들은 비만 치료가 아닌 혈당 조절을 주목적으로 승인받았고, 체중 감량 효과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이점으로만 평가됐다. 그래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비만 치료용 먹는 GLP-1 약은 과연 언제쯤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현재까지 비만 치료를 공식 적응증으로 승인받은 경구용 GLP-1 약물은 없다. 일부 당뇨병 치료제에서 체중 감소가 관찰됐지만, 이는 허가 효능이 아닌 부가적 작용에 불과하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만 치료를 목표로 한 경구용 GLP-1을 개발 중이며, 일부 후보는 이미 임상 3상이라는 최종 관문에 도달해 상용화 문턱에 서 있다.

GLP-1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GLP-1은 원래 음식물이 소장에 도달했을 때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펩타이드성 호르몬이다. 처음에는 인슐린 분비를 도와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로만 알려졌지만, 이후 GLP-1은 뇌와 위, 췌장 등 여러 기관에 동시에 작용해 체중과 대사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GLP-1이 체중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GLP-1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 조절 중추에 작용한다. 이 신호가 활성화되면, 뇌는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둘째로 GLP-1은 위 운동을 느리게 한다. 위장에서 음식물이 천천히 내려가게 되면 소화가 느리게 진행되고, 이로 인해 포만감이 더 오래간다. 그리고 마지막은 GLP-1이 췌장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동시에 글루카곤이라는 혈당 상승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 이 과정을 통해 혈당이 자연스럽게 안정되며 당뇨병의 위험도 낮아진다.

우리는 어떻게 배고픔을 느낄까? 그리고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왜 더 심한 공복감에 시달리는 걸까? 이 단순한 질문은 비만 치료의 핵심과 연결된다.

배고픔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호르몬과 신경회로가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반응이다. 공복 상태가 되면 위에서 그렐린(ghrel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은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자극한다. 반대로 식사를 하면 소장에서는 GLP-1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돼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식욕을 억제한다.

하지만 비만이 심화하면 포만감을 유도하는 신호 전달 체계가 점차 무뎌지거나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 결과 적절한 양을 먹었음에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일시적인 공복에도 과도한 허기를 느끼는 경우가 증가한다. 이는 단순한 생리적 반응을 넘어 뇌가 실제 에너지 상태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섭취 신호를 보내는 대사적 불균형과 관련이 있다.

알약 하나가 가진 힘

주사 대신 알약이라는 변화는 단순히 복용 방식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경구제로의 전환은 치료의 문턱을 낮추고, 심리적 부담을 줄이며, 복약 순응도(환자가 약을 규칙적으로 먹는 정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알약으로 치료하는 방식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환자의 생활 리듬을 바꾸고 의료 시스템의 비용 구조와 접근성을 함께 개선한다. 특히 비만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에서는 이러한 약물이 공중 보건정책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비만 치료의 결정적인 전환기를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다가오는 2025년 겨울은 그야말로 먹는 비만약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구형 GLP-1 약물이 시장에 진입한다면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은 다시 한번 바뀔 것이다. 지금까지는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야 시작할 수 있었던 치료가, 이제는 약국에서 쉽게 구매하고 복용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아직 이 약들은 시판되지 않았지만, 그 존재는 분명히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의 식탁 위에는 비만을 치료하는 약병 하나가 놓여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약이 아니라 과학과 인간 존엄이 응축된 작지만 큰 혁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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