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리버풀 공격수, ‘올해의 남자 선수상’ 또 수상
리버풀 공격수 무함마드 살라흐가 지난 8월 20일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하는 ‘올해의 남자 선수상’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 공격수 무함마드 살라흐(33)가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하는 ‘올해의 남자 선수상’을 또다시 수상했다. 2017~2018시즌, 2021~2022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까지 세 번째다. 이 상을 세 차례 받은 선수는 살라흐가 유일하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개인 타이틀이 아니라 한 선수가 잉글랜드 무대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최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살라흐는 2024~2025시즌 동안 리그에서 29골 18도움을 올리며 리버풀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시즌이 끝나기 전 이미 득점왕과 도움왕은 그의 몫이었다. 거기에 이번 ‘올해의 선수상’까지 석권했으니 개인적으로 한 시즌 ‘3관왕’을 달성한 셈이다. BBC는 “그의 성장 과정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은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높게 평가했다.
■나그릭 골목길에서 시작된 꿈
살라흐의 이야기는 이집트의 작은 농촌 마을 나그릭에서 시작된다. 수도 카이로에서 차로 3시간가량 떨어진 마을에는 초등학교, 소규모 시장,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손질한 잔디를 깐 유소년 센터가 있었다. 일곱 살 살라흐는 좁은 흙바닥을 운동장 삼아 축구에 빠져들었다. BBC는 “당시 친구들은 브라질 호나우두, 프랑스 지단, 이탈리아 토티 흉내를 내며 누구보다 진지하게 축구를 한 친구로 그를 기억한다”고 전했다.
살라흐는 또래보다 체구가 작았지만 스스로 공을 몰고 계속 반복하는 방식으로 드리블을 익혔다.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한 주민은 “쉬는 시간에도 혼자 공을 갖고 다니면서 움직임을 되풀이했다”며 “이미 ‘공을 붙들고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유소년팀 시절 그를 지도한 감리 압델 하미드 엘사다니 코치는 “살라흐는 다른 아이들이 하루 훈련하면 혼자 두 배를 뛰었다. 키는 작지만 슛은 가장 강했다”고 말했다.
그가 어릴 때 뛴 인조잔디구장은 ‘무함마드 살라흐 구장’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마을 아이들은 붉은색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살라흐처럼 골을 넣겠다”며 매일 공을 찬다.
살라흐가 축구 선수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것은 열네 살 때 카이로 클럽 알 모카울룬에 입단하면서부터다. 문제는 이동이었다. 나그릭에서 카이로까지는 버스를 네 번 갈아타며 적게는 4시간, 많게는 6시간이 소요됐다. 엘사다니 코치는 “오전 10시에 나가서 자정을 넘어 집에 도착했다. 버스는 무조건 사람이 꽉 차야만 출발했고, 정해진 시간도 없었다. 열네 살 아이가 혼자 다녔다. 그런 삶을 견딜 수 있는 건 목표가 있는 사람뿐”이라고 말했다.
여름에는 섭씨 40도를 넘기도 했고, 겨울에는 밤 11시가 돼 버스조차 끊기곤 했다. 그럴 때 살라흐는 버스정류장에서 담요를 덮고 기다렸다가 첫차를 타고 귀가했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BBC는 “이 같은 혹독한 시간이 세계 최정상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의 바탕이 됐다”고 평가했다.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끊임없는 진화”
2012년 스위스 바젤에 입단하면서 살라흐는 첫 유럽 무대를 밟았다. 스위스 리그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첼시를 상대로 득점했고, 2014년 첼시에 입단했다. 첼시에서는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후 그는 피오렌티나와 로마로 임대 이적하며 이탈리아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고, 2016~2017시즌 AS로마에서 시즌 19골 12도움을 기록하며 유럽 빅클럽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리버풀 이적 후에는 유럽 최고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2017~2018시즌 32골(38경기 기준 EPL 최다 골 신기록),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2018)과 우승(2019), 프리미어리그 우승(2019~2020시즌·2024~2025시즌) 등이 그의 업적이다. 당시 리버풀을 이끈 위르겐 클롭 감독은 “살라흐의 강점은 상황에 맞게 자신의 역할을 바꿀 수 있는 ‘축구 지능’”이라고 분석했다. 살라흐는 본래 윙어였지만 중앙에서 직접 마무리하는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병행했다. 단순한 드리블러가 아니라 플레이메이커 겸 최종 결정자라는 다중 역할도 넉넉히 수행했다. 리버풀 팀 동료 버질 반다이크는 “살라흐는 더 이상 기록을 깨야 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 자체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살라흐는 2021~2022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당시 손흥민과 공동 1위였다. 둘은 1992년생으로 동갑이다.
살라흐는 2018년 월드컵 예선 콩고전에서 막판 페널티킥 골로 이집트를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으로 이끌었다. 지금도 이 장면은 “이집트 축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회자한다. 아프리카 국가대항전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두 차례 결승에 진출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다. 당시 대표팀 코치 파예즈는 “국가대표팀 전체 득점 중 절반 이상이 살라흐 발끝에서 나왔다”며 “단지 공격수가 아니라 팀 전체의 ‘심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집트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A조 선두다. 10경기 중 6경기를 치른 현재 5승 1무(14득점 2실점)다. 살라흐는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6골로 아프리카 예선 득점 순위 1위다. 이집트는 앞으로 1, 2경기를 더 승리하면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다. 이집트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해 전체 32개 팀 중 31위에 머물렀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는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집트는 1934년, 1990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이집트는 월드컵 무대에 처음으로 출전한 아랍 및 아프리카 팀이다. 성적은 2무 5패로 아직 월드컵 본선 승리가 없다.
살라흐는 슈퍼스타임에도 고향에 머물 때는 평범한 티셔츠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마을 시장을 돌아다닌다. 현재 나그릭에는 그의 이름을 딴 공공병원, 우체국, 구급차 기지, 종교연구소가 세워졌다. 살라흐는 지금도 지역 빈곤층 450여가구에 매월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언론은 살라흐를 “이집트의 네 번째 피라미드”라고 부른다. 이는 단지 축구 실력 때문이 아니다. 국가적 자긍심을 끌어올린 상징적 존재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