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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법개혁 핵심은 결국 국민참여재판 확대

입력 2025.08.15 14:39

수정 2025.08.1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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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수 변호사·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8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8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윤석열 정권이었을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늦어지자 엄청난 분노와 불안 속에 연일 광장에 나와 외쳤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알렉시 드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세상의 지배자는 수사와 재판을 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빛의 혁명 대열에 함께하면서 우리 시대정신을 “직접 민주주의의 강화”로 읽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에서 발전한 이재명의 국민주권정부를 맞이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혁명은 그 진행 과정에서 그 시대의 해결과제를 제시한다. 2024년 타오른 빛의 혁명은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해결과제로 제시했다.

시민의 사법 참여가 없는 특이한 사법제도

더불어민주당은 8월 12일 사법개혁 특별위원회를 출범하면서 대법관 수 증원, 대법관 추천방식 개선, 법관 평가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범위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도 도입 등 5개 항목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했다.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자는 법률안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제시된 바 있고, 위 주요 안건에도 포함돼 있다. 대법관이 상고 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재판연구관에 의존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대법관 증원 자체는 타당하고 이를 정치적 목적에 따른 코트 패킹(court packing·대통령이 자신의 이념적 관점과 일치하는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다만 현행 헌법상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으므로, 현재의 추천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대법관 수를 늘리면 제왕적 대법원장이 대두될 우려가 있다. 또 법원조직법상 대법관은 반드시 20년 이상 경력이 있는 변호사 자격자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기할 수 없다는 주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사회 변화에 따른 법리 발전과 민주주의 실현에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종래 법원은 ‘선별 기소’와 ‘권한 남용 기소’에 대해 공소를 기각하거나 증거를 배제하는 적극적 판단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검찰에 의한 재판지배를 용인했다. 지난 10년간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 인용률은 0.63%에 불과했다. 엘리트 법조라는 폐쇄그룹 속에서 동종교배로 더욱 보수화되는 관료 법관 사이에서 검찰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라는 문제의식 자체를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5대 주요 안건과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 전체를 살펴보더라도 사법개혁의 관점, 그 방향성과 주제, 일정 등이 명확하게 정립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전통적으로 권력분립, 사법독립의 견지에서 사법개혁 과제를 미온적으로 추진해온 신념에 치우쳐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형사재판에서 국민 참여 강화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반영하려는 시도 자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법 신뢰도는 37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꼴찌다. 판사 23.2%, 검사 42.9%, 변호사 75.8%가 이른바 전관예우가 현실에 존재한다고 고백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민주국가치곤 시민의 사법 참여가 없는 특이한 사법제도를 가진 나라다.

사법개혁 핵심은 국민의 재판 참여

사법개혁의 핵심은 주권자인 국민이 재판에 참여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전관 비리 등 사법 신뢰 문제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다량의 증거가 법원에 제출되는 등의 폐해 또한 막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형사재판에 배심제 또는 참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6월 1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했지만, 미국·영국의 배심제나 독일·프랑스·일본의 참심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상 사건은 형사 합의부 사건에 한하고, 재판부가 참여 재판을 광범위하게 배제하는 결정을 할 수 있으며, 배심원의 평결은 권고적 효력이 있을 뿐 법원의 행위를 제한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1월 1일 시행된 이후 2013년까지 실시 건수가 늘어났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23년에 674건의 국민참여 신청을 받아 법원이 배제하거나 피고인이 철회한 경우를 제외하고 95건(13%)만 실시했다. 2013년에 764건을 신청받아 그중 345건(43.3%)을 실시했는데, 실시 건수만 놓고 보면 10년 사이 72.4%나 감소한 셈이다. 국민참여재판의 저조한 운영 실적은 법원의 높은 배제율, 피고인의 낮은 신청률, 피고인의 높은 철회율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단독사건까지 확장하고, 재판부의 배제 결정을 제한하고, 배심원의 평결이 법원의 행위를 제한하도록 하자는 법 개정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일제는 식민지인 한반도에서는 자국과 달리 배심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해방 후 1953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에도 국민의 민도가 낮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심제를 채택하지 않았다.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 국민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보다 국민의 민도와 전문성이 뒤떨어지는지 묻고 싶다.

지난 대선 직전에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조희대 대법원의 파기환송 전원합의체 판결은 인혁당 사법살인 이후 가장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는 시각이 있다. 2020년 기준 성범죄 사건에 대한 일반재판 무죄율은 3.7%이지만, 국민참여재판 무죄율은 47.8%에 달할 정도로 법관과 일반 국민 사이에서 유·무죄 판단에서 간극과 편차가 크다. 전문 법관, 경력 법관의 판단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더는 얻지 못하고 있다.

서울, ‘스카이’ 대학, 대형 법무법인 출신으로 신임 법관 다수가 충원되는 데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대법원은 성장 배경과 사회적 경험에서 비롯되는 세계관과 신념 체계의 다양성보다는 성적 위주의 동질적인 엘리트를 법관으로 선발하는 인사기준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최근 5년(2020~2024)간 총 678명의 법관이 임용됐는데, 그중 김앤장 출신 변호사가 71명(10.47%)인 것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출신 배경을 가진 법관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과 이해에 충실하기는 쉽지 않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 세 직역을 모두 경험한 바에 따르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소프트웨어와 같은 재판규범인 ‘경험칙’과 ‘상식’은 물론, 관련 분야에 관한 ‘전문적 지식’에서도 국민이 이미 법관을 추월한 시대다. 배심원으로 참여해 함께 토론하고 판단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고양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국내외 재판 참여자들의 일치된 진술을 통해 누누이 검증된 바 있다.

시대정신인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여정에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에 이은 사법개혁이 그 완성이다. 국민이 재판에 직접 참여할 때 비로소 국민이 진정한 주권자로서 세상의 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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