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시스터>의 독특한 지점은 공포 장르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특성과 함께 늘 악역이자 조연으로 등장했던 의붓언니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해피송
제목: 어글리 시스터(The Ugly Stepsister)
제작연도: 2025
제작국: 노르웨이
상영시간: 109분
장르: 공포, 코미디
감독: 에밀리 블리치펠트
출연: 레아 미렌, 테아 소피 로흐 내스
개봉: 2025년 8월 20일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2000년대에 들어서며 서점가에는 소위 ‘잔혹 동화’에 대한 붐이 일기 시작했다. 기존에 알려진 순화된 것이 아닌 ‘원래 이야기는 이렇다’ 식으로 원전을 소환하거나, 현대적 시각의 정신분석학적 접근 혹은 사회적·윤리적 문제 제기 등의 새로운 해석으로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고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은 영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동화뿐 아니라 고전문학까지도 현대적 감수성으로 각색하고 재해석한 영화가 유행하기도 했다.
많은 허구의 이야기 중에서도 ‘신데렐라’는 특별히 환영받는 소재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다수의 다른 동화와 마찬가지로 디즈니가 만든 동명의 만화영화(1950)는 신데렐라를 언급할 때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돼버렸다.
원작은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가 1697년 발표한 동화집 <옛날이야기>에 수록된 것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는 민간에 구전된 이야기를 수집·각색한 것으로 실상은 원작자 미상으로 보는 것이 옳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래한 만큼 다양한 구설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인 콜레트 다울링이 1981년에 내놓은 베스트셀러 <신데렐라 콤플렉스>(Cinderella Complex)를 통해 독립성보다는 이성에게 의존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일부 여성들의 의존적 성격장애 심리를 저격함으로써 신데렐라라는 이름은 새로운 오명을 더 하게 됐다.
의붓언니의 시선으로 본 잔혹 판타지
최초의 영화화는 조르주 멜리에스가 1899년 내놓은 <신데렐라>로 알려져 있다. 영화 탄생의 시기부터 이 이야기는 매력적인 소재였음이 증명되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imdb.com에 ‘Cinderella’란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이 검색된다.
이중 국내 관객에게도 인상적으로 기억됐을 만한 작품을 꼽아보자.
배경을 현대의 파리로 옮긴 <구두가 발에 맞는다면>(If the Shoe Fits·1990)은 당시 최고의 주가를 구가했던 청춘스타 로브 로우와 <더티 댄싱>의 주인공 제니퍼 그레이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드류 베리모어가 주연한 <에버 애프터>(1998)는 원작의 틀 안에서도 많은 각색을 시도해 독립적이고 강인한 현대여성상을 그려냈다며 환영받았다.
디즈니가 자신들의 대표 애니메이션들을 실사화하겠다는 야망을 통해 2015년 공개한 <신데렐라>는 다행히 긍정적 평가를 끌어냈다. 아직 ‘정치적 올바름’의 강박에서 비롯된 ‘컬러워싱’(Colorwashing·특정 인종이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캐릭터를 다른 인종의 배우가 연기해 해당 캐릭터의 정체성을 왜곡하거나 무시하는 행위)으로 지탄받기 이전에 공개된 작품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30대 신인 감독의 주목할 만한 데뷔작
이번 작품 <어글리 시스터>의 독특한 지점은 공포 장르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특성과 함께 늘 악역이자 조연으로 등장했던 의붓언니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여류감독 에밀리 블리치펠트의 장편 데뷔작이다. 1991년생인 감독은 노르웨이, 폴란드, 스웨덴, 덴마크가 공동으로 제작한 이 괴팍한 영화 한 편으로 단숨에 주목받는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의외의 노출과 잔혹한 신체 훼손 장면까지 여과 없이 삽입된 이 작품은 앞선 선배 걸작들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숨기지 않는데, 특히 크레딧의 형태, 촬영과 편집, 음악 등 작품 전반에 걸쳐 1960~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성행했던 ‘지알로(Giallo)’로 대표되는 상업 장르 영화의 형태를 노골적으로 흉내 내고 있다.
올해 1월 열린 선댄스 영화제 미드나잇 섹션에서 처음 공개된 후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 제43회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은까마귀상 수상, 자국 노르웨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7월 열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 초청돼 첫선을 보였는데, 작품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긍정적 평가를 끌어냈다.
기괴하고 불편한 장르 영화 ‘보디 호러’
/iffr.com
개념적으로 ‘보디 호러(Body Horror)’라는 말이 처음 쓰인 것은 1983년 호주의 작가, 감독이자 음악가이기도 했던 필립 브로피가 당시 화제가 된 공포물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Alien·1979)이나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The Thing·1982) 같은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면서였다고 전해진다.
말 그대로 ‘인체’의 변형이나 훼손에서 오는 ‘공포’를 정면에 내세운 공포물의 하위 장르를 지칭하는데, 소위 슬래셔(칼부림) 영화가 보여주는 폭력 묘사와는 구분해 도를 넘어서는 초현실적인 과장이나 집요한 묘사까지 구현될 때 보디 호러라 분류한다.
보디 호러의 아버지로 언급되는 인물은 캐나다 출신의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다. <비디오드롬>(1983·사진), <플라이>(1986), <데드 링거>(1988) 등 연출작 대다수가 신체 변형의 기괴함과 불편함을 극단까지 끌고 간 작품들이다.
그의 아들 브랜든 크로넨버그도 <항생제>(2012), <포제서>(2020), <인피니티 풀>(2023) 등 연출한 영화 모두가 보디 호러 장르여서 대를 이어 가업을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도 지금은 슈퍼히어로 영화산업의 중심인물이 된 제임스 건 감독의 초기작 <슬리더>(2006), 74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2021), 알렉스 가렌드 감독의 <멘>(2022) 등은 대표적 작품이다.
<어글리 시스터>의 홍보사는 ‘보디 호러’라는 말을 광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국내 개봉 영화 중 가장 의외의 흥행이라 기록되며 일반 관객들에게까지 이 단어를 익숙하게 만든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서브스턴스>(2024)의 성공에 크게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