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관중석을 메운 야구팬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노동절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생애 첫 프로야구를 직관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였다. 지인이 빌려준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들어섰다. 한 손엔 응원 도구 ‘짝짝이’도 들었다. 홈과 원정의 개념도 모를 때였다. 응원 문화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야구는 ‘홈런’이 제일 좋은 거로 알았는데, 팬들은 연신 ‘안타’를 외쳤다. 열정적인 응원이 좋아 그저 몸을 맡겼다. 늦바람은 무서웠다.
엄밀히는 야구 관람 문화에 먼저 빠졌고, 그다음이 야구였다. 그라운드에선 엄격한 규칙이 적용됐지만, 야구장을 찾은 관객에게 적용되는 제약은 적었다. 맥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고, 먹거리도 넘쳐났다. 응원가에 맞춰 힘껏 소리를 쳐도 춤을 춰도 뭐라고 하는 이가 없었다.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선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대화를 하는 것도 자유로웠다. 극 ‘E성향’(외향형)인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였다.
“이렇게, 다들 이렇게 하는 거예요? 이건 좀 힘든데 일상생활 가능해요? 하는 일 제대로 할 수 있어요?” 넷플릭스 연애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에서는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낀 한 출연자가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딱 이런 심정이다. 야구 경기 승패에 따라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이긴 날이면 다음 경기까지 유튜브·SNS를 넘나들며 관련 영상과 팬들의 주접 댓글을 찾아봤다. 행복회로를 돌리며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스스로 행복한 상상에 빠지는 것이다. 반면 경기에서 진 날이면 세상 큰일이 난 것 같고, 화가 좀처럼 삭여지지 않는다. 1982년 프로야구 창단 이후 오랜 야구팬들은 어떤 인고의 세월을 보내온 것일까, 경외심마저 들었다.
야구팬이 되면서 ‘흐린 눈(보고도 못 본 척)’을 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특히 프로야구 생태계에서의 성 역할이 그렇다. 남성 프로팀의 경기인 만큼 감독, 코치진 등 특정 분야에서의 성비 불균형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남성 응원단장과 여성 치어리더, 남성 해설진과 여성 아나운서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갸우뚱하게 되는 면이 있다. 각자의 전문성을 백번 이해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으면서 편안한 복장의 한 그룹과 나이가 어려 보이면서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다른 그룹이 대조적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바깥세상보다 스포츠업계는 변화가 늦다는 인상을 받는다.
최근엔 한 해설위원이 경기 해설 도중 선수의 부진이 아내 탓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 해설위원이라고 했다. ‘집관’(집과 직관의 합성어)을 함께하던 엄마는 “요즘도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네”라며 혀를 찼다. 다행히(?) 문제의 발언은 뉴스 기사로 보도가 될 만큼 논란이 됐고, 해설위원이 선수에게 직접 사과하면서 마무리가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야구 신규 관람객 중 여성 비율은 48.6%였다고 한다. ‘여성 고객이 스포츠 팬덤의 주요 소비층이다’라는 뉴스 문장마저 구문으로 느껴진다. 유아·아동을 대동한 가족 단위의 관람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모두가 야구를 더 오래, 더 사랑할 수 있게 야구의 세계가 바깥세상과 좀더 수평을 맞췄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