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을 제작하는 엔지니어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매일 쏟아지는 혁신적인 AI 서비스, 새로운 플랫폼 그리고 소위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는 기술이 우리의 관심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우리는 과연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아니면 마치 레이저 포인터를 쫓는 고양이처럼, 반짝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짝이는 물체 증후군(Shiny Object Syndrome·SOS)’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이 당장 반짝거린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 다시 더 새롭고 반짝이는 것으로 기웃거리는 집중력 분산의 심리적·행동적 상태다. 이에 빠진 개인이나 조직은 누군가가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 현상은 호기심, 창의성, 적극성, 열정과 같은 긍정적 특성과 밀접하게 닮아서 좋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이나 조직을 잘못된 길로 인도해 진짜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목표에 대한 명확성 부족으로 SOS에 빠진 개인의 많은 시도는 실패로 끝난다. 지속적인 주의 산만은 하나의 프로젝트에 헌신하고, 자원을 투자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불안과 좌절감을 초래한다. 특히 기업가들에게 SOS는 치명적이다. 높은 동기 부여, 강렬한 열정, 신속한 실행력 등 기업가를 차별화하는 특성들이 공교롭게도 SOS에 빠지기 쉬운 약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에버노트는 한때 충성스러운 사용자층과 견고한 제품력, 명확한 시장 포지션이라는 성공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핵심 기능 개선에 집중하지 못하고, 물리적 노트 제품이나 워크챗 같은 미완성 기능을 출시했다. 결국 제품이 무거워지고, 사용자들은 노션이나 구글 킵과 같은 더 단순하고 효율적인 도구로 이탈했다. 액션캠의 선두 주자 고프로는 드론 사업으로 진출하며 막대한 손실을 보았는데, 이 역시 자신의 핵심 역량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에 현혹된 대표적 사례다.
CEO나 경영진이 콘퍼런스에서 접한 ‘최신 트렌드’를 무분별하게 조직에 적용하면서 신중해야 할 기술 도입이 즉흥적인 판단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성형 AI, 웹3,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을 도입해야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면서 리더의 결단으로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전략적 검토 없이 결정해 조직에 더 큰 손실을 야기하는 것이다. 내부 시스템을 급하게 AI로 바꾸다가 사용자 경험이 악화되거나, 기술 역량 없이 AI 사업에 진출해 핵심 사업이 흔들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SOS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려면 명확한 목표 설정과 일관된 실행이 핵심이다. 새로운 도구나 플랫폼을 도입하기 전에 “이것이 정말 핵심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 파일럿 테스트, 명확한 성과 지표 설정, 그리고 무엇보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 SOS를 극복하는 것은 기술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 원칙으로의 회귀다. 기술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진정한 혁신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서 나온다. 모든 반짝이는 것이 금은 아니라는 오래된 진리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