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켓 잔해 바하마 영해로 떨어져…“환경 위험 없다” 이례적 성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부스터가 바하마 영해에 착륙한 모습 / 스페이스X 제공
바하마. 미국 부자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나라다. 면적은 1만4000㎢인데 약 700개의 섬과 2000개가 넘는 암초로 이뤄져 있고, 사람이 사는 섬은 약 30개다. 수도는 뉴프로비던스섬에 있는 나소인데, 41만 전체인구 중 대다수가 여기 몰려 산다. 1973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여전히 영국 왕을 국가원수로 삼는 영연방 국가로 남아 있다.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경제도 카리브해 국가 중에서 상위권이다. 지난해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6000달러가 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었던 관광 산업이 차츰 회복되고 있지만, 해수면이 올라가고 허리케인 등 재난이 늘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 우주 회사 스페이스X와 커넥션
최근 이 나라와 미국 우주 회사 스페이스X와의 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발단은 올 3월 일어난 스타십 로켓 폭발사고였다. 바하마 영해에 로켓 잔해가 떨어졌다. 바하마 정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 규제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로켓 잔해에 쓰인 강철과 실리콘 같은 재료는 해양·대기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며 해양생물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미국 기업의 방패로 나선 것이다.
지난해 바하마 정부는 스페이스X가 팰컨9 로켓 부스터를 자기네 영토에 착륙시킬 수 있게 하는 계약을 맺었다. 스페이스X는 로켓을 발사하면서 보조 추진 장치인 ‘부스터’를 회수해 재사용한다. 부스터를 재사용함으로써 이 기업은 우주 탐사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문제는 어디로 떨어지느냐다. 재사용할 부스터를 회수하기 편해야 하고, 법적·외교적 문제가 없어야 한다.
스페이스X는 미국 우주항공국(NASA)과 협력해 ‘크루드래곤’ 같은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때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를 활용한다. 위성을 대량으로 쏘아 올릴 때는 미군 우주사령부가 소유한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 기지 시설을 임대해 쓴다. 스페이스X가 자랑하는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 발사 실험을 주로 하는 곳은 자신들이 직접 지어 ‘스타베이스’라고 이름 붙인 텍사스주의 보카치카 발사장이다.
바하마는 플로리다 남동쪽 해안과 가깝다. 케네디우주센터나 케이프커내버럴에서 로켓을 쏘아 올린 뒤 부스터를 회수하기 딱 좋은 위치다. 바하마 정부는 스페이스X가 부스터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시설 입항료, 사용료를 챙긴다. 협정에는 부스터 회수 건당 10만달러의 수수료와 바하마대학 100만달러 기부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3월 6일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 발사장에서 이륙했다가 비행 도중 공중 폭발한 스타십 우주선의 잔해가 불덩이가 돼 바하마 상공을 가로지르고 있다. X@GeneDoctorB·로이터연합뉴스
계약 당시부터 환경 파괴 우려
계약 당시부터 환경 파괴 우려가 나왔는데 3월 사고로 로켓이 폭발하면서 ‘불덩이들이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은 주민들의 불안을 고조시켰다. 7월 말 로이터통신은 스페이스X와 바하마 당국 간에 스타링크 인터넷 단말기 공짜 제공과 같은 이면 협약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로이터는 각료들 사이에서도 협상이 불투명하다는 반발이 나왔는데 서둘러 협정이 체결됐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말 많고 탈 많은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우주항공 기업이다. 2008년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팰컨1 로켓을 지구 상공 궤도에 진입시켰고, 2012년에는 ‘드래곤’ 우주선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민간기업 최초로 도킹시켰다. 2020년에는 ‘크루드래곤’을 통해 인간 우주 비행을 성공시킨 최초의 민간기업이 됐다.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띄워 올려 달과 화성으로 사람을 보내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요 몇 년 새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스타링크다. 저궤도 위성을 대량으로 쏘아 올려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가 스타링크를 쓸 수 있게 해줌으로써 머스크와 스페이스X는 국제정치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스타링크는 머스크의 꿈인 유인 화성 탐사를 실현하기 위한 돈줄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계로 서비스를 확장하려면 중국이나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 같은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스타링크를 둘러싼 바하마와의 이면계약설은 그 와중에 흘러나온 것이다.
스페이스X의 환경 파괴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텍사스 보카치카 발사장 주변 생태계 오염과 소음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고, 2023년과 2024년에는 환경단체들이 발사 허가를 내준 미국 연방항공청(FAA)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올 1월에는 플로리다 남동쪽, 바하마와 멀지 않은 영국의 자치령 턱스앤드케이코스섬 근처 상공에서 우주선이 폭발했다. 저녁 하늘을 가로지르는 주황색과 흰색 불꽃을 본 관광객과 주민들은 공포 속에 소셜미디어에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귀를 찢는 굉음 뒤 스타십 우주선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육각형 타일이 도로에 우르르 떨어졌다.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는 NASA나 다른 경쟁회사들과 달리 ‘빠른 반복 개발’ 전략을 택하고 있다. 모델을 만들고, 신속하게 시험 발사를 하고, 문제를 수정한다. 성과가 큰 만큼 사고가 잦고 피해도 크다. 1월 사고는 주민들이 밀집한 섬 주변에서 일어나 파장이 컸고, 스페이스X의 접근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FAA의 발표는 “해당 지역 정부에 ‘잠재적 위험 지역 내에 있음’을 사전 통보했다”는 것뿐이었다. 영국령 조그만 섬 주민들이 이런 통보를 듣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셰브론텍사코와 엑손모빌, 셸 같은 에너지 회사들은 세계 곳곳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하면서 환경을 망쳤다. 그중 많은 지역은 개도국에서도 힘없는 원주민이 사는 곳이었다. 원주민들은 제국주의 시절과 똑같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스페이스X의 행태도 비슷하다. ‘첨단’을 내세우는 비즈니스로 업종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번엔 하와이로 가보자. 하와이 북서쪽 모쿠마나마나섬은 주민들이 ‘신들이 내려와 앉은 곳’으로 여겨온 곳이다. 그런데 이 섬 주변 바다가 위협받고 있다. FAA가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를 허가해줬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2023년 연간 5회 발사 허가를 받았는데 횟수를 연간 25회로 늘리겠다며 다시 신청했다.
지난 6월 19일 멕시코 마타모로스의 리오그란데강에 스페이스X의 우주선 파편이 잠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는 FAA와 늘 사이가 나빴다. 지난해 9월 FAA가 안전수칙을 어긴 스페이스X에 벌금을 매기자 머스크는 “연방항공청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인류는 영원히 지구에 갇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며칠 뒤에는 소셜미디어에 마이클 휘태커 연방항공청장 사임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10월 대선 캠페인 때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 연설을 하면서 “스타십이 고래를 맞춘다면, 솔직히 그 고래가 운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휘태커는 트럼프 취임 직전 연방항공청장에서 물러났다. 트럼프는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정부효율부를 신설해 머스크를 수장으로 앉혔다. 정부효율부는 FAA 직원 수백명을 해고했고, 해양대기청(NOAA)을 비롯한 환경관리 기관들의 예산과 인력을 축소했다. 지난 5월, 하와이 해역 환경 파괴 증거가 많았음에도 FAA는 스페이스X 로켓 발사 횟수를 늘려줬다. 트럼프와 머스크 사이가 나빠졌다 해도 머스크의 회사는 트럼프 정부의 조치로 계속 환경을 망칠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하와이대학의 민족학 전문가 카일 카지히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의 강대국들은 태평양과 하와이를 비롯한 섬들을 일종의 빈 곳으로 상상해왔다”며 미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제국주의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앞으로 최대 4만개 발사 계획
미국 정부와 결탁한 특정 기업의 이런 행태를 세계는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스페이스X가 일으킨 환경 파괴는 또 다른 사고와 함께 국제적인 소송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인다. 6월 18일 보카치카 발사장에서 폭발이 일어나 로켓 잔해가 국경 너머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의 바닷가로 밀려왔다. 이 지역은 멸종위기종인 켐프각시바다거북의 서식지다. 이 사고 이전부터 환경단체들은 보카치카에서 떠내려오는 로켓 쓰레기들을 치우느라 바빴다. 환경단체 ‘코니비오 글로발’은 지난해 11월 부스터 하나가 멕시코만에 떨어지는 것을 본 이래로 ‘스페이스X 쓰레기 치우기’를 해오고 있다. 올 5월에 로켓이 발사되자 더 많은 잔해가 생겨났고, 며칠 만에 1t이 넘는 쓰레기를 치워야 했다. 플라스틱과 고무, 알루미늄 조각 등은 거북이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로켓 발사 때 일어나는 진동으로 백사장 모래가 압축돼 거북이알이 부화하지 못하게 되고, 불붙은 폭발물질이 떨어져 바닷가 숲이 망가지기도 한다.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멕시코 정부가 나섰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6월 25일 “국제법을 검토해 책임을 묻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67년 만들어진 외기권 조약은 ‘우주법’이라고도 불리는데 110여개국이 비준했다. 그러나 환경 관련 조항이 미흡하고 민간기업에는 구속력이 적다. 1972년 발효된 우주 물체 책임 협약은 좀더 구체적으로 우주 물체에 의한 피해에 해당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는 없으며, 국가 대 국가 간에만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멕시코가 소송을 낸다면 스페이스X가 ‘피고’가 될 수 없고, 관리책임을 가진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환경 피해의 정의나 기준도 모호해서 해양오염이나 생태계 교란 같은 간접적인 피해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1976년의 우주 물체 등록 협약 역시 직접적인 환경 보호 기능은 없다. 이런 조약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유엔 외기권사무국(UNOOSA)이 2021년 ‘장기적 지속가능성 지침’을 만들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타국에 피해를 주지 않을 의무’와 ‘예방책임’ 등 국제 환경법의 일반 원칙을 적용할 수도 있으나, 우주 관련 활동에 적용한 선례가 없다. 멕시코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 배상을 받거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어느 하나 쉽지 않다.
스페이스X는 이미 수천개의 위성을 발사했고, 앞으로 최대 4만개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재정난 때문에 NASA의 임무조차 민영화하고 민간 우주기업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경을 초월한 피해는 고스란히 섬사람들과 바다거북들이 덮어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