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는 날
애니타 해닉 지음·신소희 옮김·수오서재·2만원
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조력 사망의 현장을 직접 동행해 써낸 기록이다. 조력 사망은 환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도록 돕는 행위를 말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연명의료 중단보다 더 적극적 죽음 행위다. 책은 미국 오리건주 등 조력 사망이 합법화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는지를 그려낸다. 조력 사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법적 요건, 경제적 제약, 문화적 낙인 등 복잡한 현실도 따라간다.
결국 책은 우리 사회에는 죽음에 대한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료가 끝내 해결해줄 수 없는 고통이 있을 때, 그 고통을 무조건 환자가 겪어야 한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죽음을 선택한다는 건 죄인가 존엄인가. 우리는 어떻게 죽어야 마땅한가. 한국은 본인 또는 가족의 동의로 연명의료 중단을 할 수 있다. 다만 의사의 도움을 받는 자살로 알려진 존엄사는 불법이다. 202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하는 의견이 82%에 달했다.
여성과 전쟁
빅토리아 아멜리나 지음·이수민 옮김·파초·2만원
우크라이나 소설가인 저자는 2023년 6월 식당에 떨어진 러시아 미사일로 사망했다. 사망할 무렵 이 책은 60% 집필된 상태였다. 미완으로 남은 이 책은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직접적 증언으로 남아, 독자들에게 죽음을 불사한 우크라이나 여성들의 저항을 생생하게 고발한다. 처음 집필할 당시 전쟁일기 형태였는데, 이후 전쟁 속을 사는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는 형태로 발전했다. 책에는 저명한 변호사였다가 군에 자원입대해 드론 조종사가 된 여성, 예순의 나이로 의무부대에 입대한 과거 러시아군 고문 피해자, 수만건의 전쟁범죄 기록을 주도해 202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여성 인권 운동가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감정의 혼란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황종민 옮김·문학동네·1만9000원
1920~1930년대 유럽에서 가장 많이 읽힌 오스트리아 유대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집이다. 성장통, 광기와 열정, 죄책감과 집착, 동성애 등의 주제를 담았다. 나치가 정권을 장악한 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되는 수난을 겪은 바 있다.
헤어지다 죽은 여자들
경향신문 여성서사아카이브 플랫·동녘·1만7000원
한국에선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되거나 살해될 뻔한 여성 피해자가 하루 한 명꼴로 발생한다. 이 책은 한국사회의 교제폭력 문제를 종합한 최초의 책이다. 피해자 유가족, 조력자, 전문가, 피해 생존자의 생생한 증언도 담겼다.
붉은 녹색혁명
시그리드 슈말저 지음·이종석, 문지호 옮김·푸른역사·3만8000원
마오쩌둥 시기의 중국 농업과학사를 다룬 책이다.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마오 시대가 반과학적 시기가 아니라 인민이 직접 참여하고 생산, 활용하는 군중 과학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의 토대를 마련했던 시기임을 생생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