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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묻는다, 고로 존재한다

입력 2025.08.06 06:00

수정 2025.08.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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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지독하게 더운 날들입니다. 독자 여러분, 폭염에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 주말 가족과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휴가지에서 장강명의 <먼저 온 미래>를 읽었는데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바둑 프로기사들이 갖는 무력감과 좌절감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9년 전 AI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이긴 후 바둑계는 엄청난 변화를 맞습니다. 프로기사들은 AI처럼 바둑을 두기 위해 AI 프로그램으로 연습하고, AI가 둔 수와 자신이 둔 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학습합니다. 대신 인간의 감각은 최대한 억누르고, 인간이 그동안 쌓아 올린 바둑 지식은 잊으려 합니다. 기계의 룰에 익숙해지는 게 이길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죠. AI 학습법이 보급되면서 바둑기사들의 전반적인 수준은 높아졌다고 해요. 또 바둑을 배우고 싶다면 예전처럼 한국, 중국, 일본, 대만에서 유학하지 않아도 어디에서나 학습할 수 있게 됐죠.

하지만 기사들이 AI 포석을 따라 하면서 개성이 사라지고 똑같은 바둑을 두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AI의 수를 많이 외워야 이길 수 있다 보니 자신만의 색깔은 점점 없어지는 것이죠. “AI라는 절대 넘을 수 없는 장벽 앞에서 느끼는 허무와 좌절”(이세돌)도 그만큼 커집니다.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은 “승부에서 지더라도 기세에서는 밀리면 안 된다”며 공격적인 바둑을 강조하고, 제자인 이창호는 신중하고 계산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장면이 대조적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AI 시대는 이러한 고민이나 갈등조차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AI가 이미 콘텐츠 제작의 여러 단계에 들어온 미디어 산업은 어떨까요. 지금도 키워드와 주요 내용을 입력한 뒤 제목이나 이미지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그럴듯한 결과물이 뚝딱 나옵니다. 어떤 분위기를 더 강조하고 싶은지, 어떤 용도로 쓰려는 건지를 AI가 나에게 되물으며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이 과정에서 생각을 하는 주체는 나일까요, AI일까요. 책의 저자는 어떤 업계에서든 AI가 도입되면 내부 갈등 구도가 세 가지 갈래로 나뉠 거라 예측합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전문가’ 대 ‘다른 인공지능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하는 다른 많은 전문가’ 대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는 구세대 전문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되묻게 됩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역대급 폭염, 폭우, 산불이 일상화된 기후재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난봄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경북 영양 지역과 7월 폭우 피해가 컸던 경기 가평 일대를 취재했고, 택배·건설 노동자 등 도시 노동자의 실태를 통해 폭염조차 불평등하게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조명해봅니다.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정리해보고,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공공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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