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보 한걸음이 이렇게나 중요하다는 걸 요즘 절감한다. 부차적 과제로 여겨졌던 ‘산업재해’가 주요 국가 의제가 됐다.
“산업재해 예방은 고용노동부만의 일이 아니다. 사망사고 방지와 사후 책임 강화를 위한 대책을 전 부처가 총괄적으로 정리해 보고하라”(7월 5일 국무회의), “산재 사망 국가 1위라는 소리가 더 나오지 않게 잘 대처해달라”(7월 22일 국무회의),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7월 25일 SPC 시화공장 방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7월 29일 국무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7월 중 산재 관련해 발언한 것만 모아도 네 차례에 달한다. 이 대통령은 이달 열린 국무회의 6번 중 절반을 유관 부처에 산재 대책을 주문하는 데 쏟았다. 7월 29일에는 국무위원들과 중대재해 근절 대책을 주제로 1시간 넘게 생중계 토론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 대통령은 토론에서도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원인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사고가 나면 징벌 배상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다”, “(산업안전) 미준수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를 세게 해야 한다”는 등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기업도 움직이게 했다. SPC는 이 대통령이 방문한 뒤 이틀 만에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올해만 중대재해로 노동자 4명이 숨진 포스코이앤씨는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질타하자 당일 바로 모든 현장 작업을 무기한 중단하겠다며 사과했다. 수많은 노동자가 숨지고, 유족이 거리에 나서고, 노조가 항의해도 꿈쩍하지 않던 기업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장시간 노동 체계를 바꾸고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주문한 것은 새로운 대책이 아니다. 기업이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것이다. 거리에서의 외침, 소비자의 불매 운동 정도야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에는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 생각했을 것이다. 시간만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이 정도로 고강도로 나온 정부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 정부는 달랐다. 사고가 벌어진 공장을 찾아오고, 경영진의 해명에도 넘어가질 않고, 주가 폭락을 운운하니 기업의 존폐가 달렸구나 비로소 실감했을 것이다. 그러니 너도나도 넙죽 엎드린 게 아닌가. 손바닥 뒤집듯 달라진 기업의 모습을 보면 정부와 권력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가 많은 것을 바꾼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이 방법뿐인가’ 씁쓸하다.
이 대통령은 “올해가 산재 사망 근절의 원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동자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월 3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경제·산업 지표가 된다고 인식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도 산재 사망률을 줄이는 데 직을 걸었다. 살기 위해 일터에 나온 노동자가 더는 떨어지고, 부딪히고, 끼여 죽지 않게 대대적으로 전환하는 시작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