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내몰면서 그물망 설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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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내몰면서 그물망 설치하기

입력 2025.08.01 14:21

수정 2025.08.0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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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2010년 한 해, 애플 제품을 생산하던 중국 내 폭스콘 공장에서는 무려 14명의 노동자가 연쇄 자살했다. 당시 이 공장의 대만인 창업주가 내린 대책은 10대 노동자들의 자살을 “의지가 약하기 때문”으로 치부하고, 공장 기숙사 건물 아래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대 사망 원인의 42.3%, 20대 사망 원인의 50.6%는 자살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살률 통계 연보’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1.4명으로 세계 3위(2022년 기준)다.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거의 2배가 됐다. 2016년 7.8명(10만명당)이었던 자살률이 극심한 경쟁 문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증하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통계청 자료를 보면, 청소년들은 “학교 성적이나 진학 스트레스”(32.9%)를 자살 충동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강남 학원가에 횡행한다는 ‘7세 고시’와 광기에 가까운 의대 열풍이 이 극악의 현실을 방증한다. 한편 전 세계적으론 소셜미디어를 공적으로 꼽는 추세다.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수록 우울감, 불안감, 수면 부족, 자살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자살 위험이 35%, 5시간 이상 사용하면 48%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중 스마트 기기 사용을 금지하면 갑자기 공교육이 살아나고, 청소년 자살률이 줄어들까? 또 하나의 그물망, 더 많은 고통과 중독이 남을 뿐이다.

문제는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의 대응이 상담 지원이나 치료비 지원 등 사후적이고 표면적인 대응에 머문다는 사실이다. 필요한 일이지만, 근본 원인인 입시경쟁 문제를 그대로 두면서 사후 치료만 하겠다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오늘날 우리 정부의 청소년 자살 대책은 폭스콘 공장의 그물망 대책과 다르지 않다.

청소년들을 죽음의 수렁으로 내모는 것은 누구인가? 외환위기 이래 자기 착취와 경쟁을 구조화한 이 사회다. 청소년을 천편일률적 입시 경쟁으로 내몰고, 의사나 변호사가 되지 않으면 모든 게 끝장인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드는 이 체제, 극도로 영리화된 병원에서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의사들, 매스미디어, 사교육 시장의 거대 자본과 일타 강사들, ‘7세 고시’에 몰두하는 부모들 모두다.

탈출구는 있는가? 지옥 같은 일상을 버티는 유일한 수단이 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문제는 소셜미디어는 이용자인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만 전시하고 타인과 비교하게끔 설계돼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삶과 외모, 성공적 커리어를 통해 초라한 내 삶과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낀다.

지난 7월 8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교원의 교육 활동을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수업 중 스마트 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학교장이 학칙으로 사용·소지를 제한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렇게 하면 갑자기 공교육이 살아나고, 청소년 자살률이 줄어들까? 또 하나의 그물망, 더 많은 고통과 중독이 남을 뿐이다. 경쟁은 고통을 낳고, 강제와 억압은 문제를 심화할 뿐 해결은 요원하다. 청소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자들이 뻔뻔하게 벌이는 이 행각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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