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AI데이터센터의 정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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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 AI데이터센터의 정치경제

입력 2025.08.01 14:18

수정 2025.08.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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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규 블루닷에이아이 대표
박진효 SK브로드밴드 사장(왼쪽)과 아마존웹서비스(AWS) 프라사드 칼야나라만 인프라 총괄 대표가 지난 6월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AI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박진효 SK브로드밴드 사장(왼쪽)과 아마존웹서비스(AWS) 프라사드 칼야나라만 인프라 총괄 대표가 지난 6월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AI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그야말로 하마다. 물만 먹는 하마일 뿐 아니라 전기 먹는 하마이기도 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먹성에 지역 주민들의 골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실 물이 부족하고, 전기요금 인상마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미래산업이라 일컫는 데이터센터가 바로 그런 존재다.

기대는 충만해 있다.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유치했다는 소식에 지역 언론은 상찬 일색이다. 낡아가는 제조업 도시에 미래기술 인프라가 마련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 환희가 지속할지는 냉철하게 봐야 한다. 제조 데이터와의 시너지를 희망하는 지역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독점 운용사인 AWS 같은 빅테크가 특정 지역만을 위해 GPU를 특혜 할당해줄 리는 만무하다.

데이터센터는 알고 보면 정치적 시설이다. 메타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의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일부 도시는 전기요금 인상건으로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루이지애나의 경우 2GW급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가스발전소 3곳의 신설 비용을 공공기관이 떠맡아야 하는 사례까지 확인됐다. 결국 그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 시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타의 데이터센터는 아니지만, 전력 조달 문제로 지역 주민들의 건강이 악화한 사례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흑인 거주 지역 ‘베이뷰헌터스포인트’는 데이터센터로 인해 공기질의 악화가 좀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막대한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를 풀 가동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이전부터 화석연료 발전소 지대였던 곳이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지만, 지역 차별을 더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물 부족을 겪고 있는 피닉스도 비슷한 처지다.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에 공급되는 막대한 양의 용수 수요로 현지 건설업체들이 지역 주택 건설을 중단한 사례도 등장했다. 지역에 활력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반대로 지역의 부를 앗아간다는 비판 여론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말할 것도 없다. 강원도 춘천에 들어선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에는 근무 인원이 200명 남짓이다. SK의 울산 AI데이터센터가 개소하더라도 근무자는 144명에 불과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데이터센터가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하다는 건 입증된 결과다. 전기와 물은 많이 먹으면서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AI데이터센터라는 미래산업과 인구 유출을 겪는 지역이 연결되는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차별 고착과 부의 추출을 강화하는 모양새라면 곤란하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미국 내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지역이 공존하려면 지역사회가 데이터센터 건설기업과 클라우드 운영사에 친환경 에너지원 활용 계획을 강제해야 한다. 자원의 과도한 사용을 방지할 고효율 기술 개발을 압박해야 한다. 그래야 관련 생태계가 구성될 수 있다. 부의 추출과 차별도 예방할 수 있다. 마냥 들떠 있을 때는 아니다. 울산의 공업용수 수급 대란이 제기된 게 불과 몇 달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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