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케밥집은 어떤 곳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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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케밥집은 어떤 곳이었나요

입력 2025.07.25 14:16

수정 2025.07.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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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어스로 내려다본 가자지구 / 구글 어스 캡처

구글 어스로 내려다본 가자지구 / 구글 어스 캡처

여행을 가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면 지도 앱의 ‘위성지도’ 기능을 이용해 랜선 여행을 떠나곤 한다. 좋았던 여행지를 내려다보며 추억에 잠기고, 아직 못 간 여행지를 구경하며 대리만족을 얻는다. 지도 앱만 있으면 히말라야, 북극, 사하라, 아마존처럼 사람이 가기 어려운 극한 지역도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다. 로드뷰를 제공하는 대도시라면 가상 산책도 해본다.

그날은 왠지 유명한 여행지가 아닌 곳이 궁금해져서 중동 사막에 띄엄띄엄 놓인 소도시들을 멍하니 훑어보며 구글 지도 앱 화면을 좌우로 움직여대고 있었다. 화면에 우연히 이스라엘이 나타났다. 매일 국제뉴스에 나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도 그 옆에 함께 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가자지구를 기사로만 접했을 뿐 실제로 어떻게 생긴 지역인지, 어떤 건물과 골목이 있는 곳인지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화면을 확대한 뒤 펼쳐진 광경은 비현실적이어서 숨을 잊게 했다. 가자지구의 남쪽은 비교적 멀쩡한 건물이 많았지만, 북쪽으로 갈수록 회색빛 참상이었다. 가자 시가지는 중심가에도 많은 건물이 무너져 있었고, 이스라엘에 가까운 동쪽은 거의 폐허였다. 포탄 구덩이로 보이는 구멍들도 곳곳에 뻥 뚫려 있었다. 천장이 사라진 건물들. 완전히 바스러져 가루처럼 보이는 벽과 지붕의 잔해들. 지구가 버려둔 슬픔의 무더기. 어떤 묘지도 이런 풍경인 적 없다.

화면을 더 확대하니 잔해들 위로 동그란 ‘장소 정보’ 아이콘이 드문드문 떴다. 주황색 식당 아이콘, 분홍색 호텔 아이콘, 학사모 모양 학교 아이콘 같은 것들이 한때 이 잔해가 어떤 장소였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많은 곳이 ‘임시 휴업’ 중이었다. 아이콘을 누르니 그 장소를 방문했던 이들이 남긴 리뷰가 자동번역돼 나타났다. 무너지기 전 찍은 사진도 남아 있었다.

대부분 4~5년 전에 작성됐고, 최신이라 봐야 2년 전인 리뷰들을 읽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별점 4.2개짜리 식당은 “합리적인 가격과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 좋은 서비스”가 있는 곳이었고, ‘샤와르마(케밥의 일종)’가 특히 맛있었다고 한다. 산산이 조각나 돌무더기가 된 한 유치원은 “독특하고 창의적인” 곳이었다고 한다. 학예회 발표 사진, 생일잔치를 하는 아이들 사진이 리뷰에 남아 있었다. 어떤 흙투성이 폐허는 주유소였다. 한 고객이 주유 중 직원의 실수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친절한 사장은 외출 중에도 직접 찾아와 문제를 해결해줬다고 한다.

안전한 곳에서 이런 흔적을 더듬어가는 내 모습이 죄스러워 그만 앱을 껐다. ‘구글 어스’ 기준으로 가자지구 위성사진은 대부분 2024년 12월에 찍힌 것들이다.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또 얼마나 많은 폐허와 구덩이가 생겼을지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여기서 더 부술 게 뭐가 있다고. 뭘 더 파괴할 수 있다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회담은 교착 상태이고, 공습은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2023년 10월 이후 가자지구에서 6만명에 가까운 이가 숨졌다. 유엔은 이 가운데 4분의 1이 어린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세상에 사람 6만명이 죽어야 할 이유라는 게 있다면 도대체 무엇일까. 하늘 꼭대기에서 찍은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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