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폰에서는 구글 크롬을 통해 웹 검색이 가능하다. 구글플레이
안드로이드가 크롬OS를 흡수·통합한다는 풍문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구글 임원의 직접 발언으로 사실로 확인됐다. 크롬OS란 크롬 웹브라우저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운영체제로 크롬북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
나도 크롬북을 하나 갖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계륵이다. 콘텐츠나 볼까 할 때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나 아이패드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맥이나 윈도처럼 자리 잡고 작업하려 들 때 집어 들지도 않는다
물론 크롬OS에는 안드로이드 앱도 깔 수 있고, 그 하부 구조의 리눅스에 접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 어딘가 억지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웹브라우저를 확장한 초기 제품이 적당히 성공하자 덕지덕지 이것저것 붙여 지금에 이르렀으니 티가 나서다.
결국 크롬OS는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물건이 돼버렸지만, 그 어중간함이 강점을 발휘하는 시장도 있었다. 교육 시장이다. 학교에 보급된 크롬북은 우리네 초·중·고생들에게도 친숙한 존재다. 구글 계정을 그대로 쓸 수 있는 데다가 웹 기반이니 학습자료를 공유하거나 공동 작업에 편하다. 계정만 있으면 초기화도 부담 없으니 관리 또한 편하다. 기술은 어중간해도 명확한 쓸모만 있다면 자리를 잡곤 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은 평온한 일상을 뒤흔든다. 세상의 관심이 오로지 인공지능에 쏠리면서 우선순위도 변한다. 운영체제는 더 이상 최전선이 아니다. 좋은 운영체제를 만들어 소비자를 가두는 전략은 유용했지만, 인공지능 탓에 앱도 웹도 우회되고 소외된다.
운영체제는 각자의 진지를 구축하고 버티기에 들어가는 참호전이 된 지 오래다. 안드로이드가 주인공이던 구글 개발자 행사도 인공지능 일색이다.
그래도 구글에 안드로이드는 중요하다. 웹도 앱도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르기에 구글에 의존하는 절대다수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수익 모델을 지키는 길이라서다. 가능하면 생산자도 의존하게끔 하고 싶지만, 안드로이드는 소비자용이었다.
구글은 크롬OS가 생산적인 운영체제가 돼주기를 바랐다. 애플은 맥이 있음에도 아이패드가 어지간한 업무는 다 처리할 수 있다며 업무 기기 시장으로 진격한다. 크롬북이 갖고 싶었던 시장이지만 우선순위가 낮은 바람일 뿐이다.
반면 애플은 운영체제에 공을 들일 동기부여가 있다. 그 노력이 애플다운 하드웨어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구글과는 처지가 다르다.
이때 안드로이드만으로도 생산적인 업무가 가능하다는 걸 삼성의 덱스(DeX)가 보여줬다. 앱을 윈도로 띄울 수 있었고, 모니터와 키보드도 붙일 수 있었다. 안드로이드가 갑자기 그럴듯한 PC로 보였다. 안드로이드에서의 체험이 크롬OS보다 나아 보이려 한다. 구글은 덱스를 본뜬 ‘안드로이드 데스크톱 모드’를 직접 만들기로 한다. 덱스를 키워온 삼성의 도움도 있었다. 크롬OS가 하던 일을 안드로이드에 넘기기 위한 준비물 중 하나로 보인다.
크롬OS는 앱이 모든 것을 삼킨다는 풍조에 맞서 웹으로 모든 것을 삼켜보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시도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게다가 그 시도의 여파인지 반독점 소송의 리스크까지 생겼다. 만에 하나 크롬 브라우저 분할 명령이라도 내려지면, 이에 기반한 OS의 경우까지 유탄을 맞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아직 그 시도의 유통기한은 남았고, 리스크가 당면한 일은 아니므로 내 크롬북에 안드로이드를 설치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