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신디 K. 스캐치 지음·김내훈 옮김·위즈덤하우스·1만9500원
유럽의 헌법학자인 저자는 2008년 이라크 헌법개정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다 로켓 공격을 받는다. 독립을 요구하는 이라크 내 쿠르드인을 대상으로, 독립이 아닌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헌법 설계 작업을 돕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이라크를 도망치듯 떠났다. 한편 민주적인 헌법이 존재하는 유럽 국가에서도 극우 정권이 들어서고 소수자와 약자를 혐오하고 억압하는 일들을 목격한다.
그전까지 “어떤 헌법이 민주주의의 번영에 도움이 되는지”만을 연구해온 저자는 그제야 “법이 질서의 파괴를 가져오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지침을 얻기 위해 법에 의존하는 방식은 잘못됐다”는 점을 깨닫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와 시민성’이다.
이 책은 국가를 주체적인 시민들의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영어 원제 역시 ‘시민이 되는 방법(How to Be a Citizen)’이다. 그는 ‘무작정 리더를 따라가지 말 것’, ‘광장에서 계속 교류할 것’, ‘법보다 먼저 타문화를 포용할 것’, ‘다음 세대를 방관자가 아닌 시민으로 키울 것’ 등을 제안한다.
저자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회복력 있고 적응력이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라며 “공동체 기반의 협력과 합의를 통해 변화를 추진”해야 “변화의 과실이 도래할 때 모두가 그 열매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계엄령과 대통령 탄핵 등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언급하면서 “우리 자신과 서로를 위해 개개인의 시민으로서 해낼 수 있는 일”을 고민해보기를 제안한다.
새로운 질서
헨리 키신저 외 지음·이현 옮김·윌북·1만9800원
저자들은 AI 시대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새로 정의하고, 기계의 의사결정에서 그 존엄성이 중요한 변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존엄성에는 항상 선하고 고결할 수만은 없는 인간의 취약성과 실패할 잠재력이 포함돼야 한다. 2023년 별세한 헨리 키신저의 마지막 저작이다.
전쟁과 음악
존 마우체리 지음·이석호 옮김·에포크·2만5000원
오늘날 클래식 공연에서 접하는 음악은 대부분 18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거장들의 작품이다. 왜 우리가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은 20세기 초에 멈췄을까. 저자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 서구의 엘리트주의가 20세기 음악에 끼친 폐해에 대해 파헤친다.
좋은 아빠보다 좋은 남편
김지영 지음·시대가치·1만5000원
기자인 저자가 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두 달 동안 자신의 가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아빠 일기’이자 ‘남편 일기’. 저자는 “물리적인 육아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아빠가 아기에게 엄마와 동격의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