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 증후군
캐서린 파브리지오 지음·문가람 옮김·황소걸음·2만2000원
“아들이에요”라는 말에 의사 앞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임산부를 보는 건 요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딸 선호 사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딸은 아들보다 키우기가 수월(?)하고 크면 손잡고 다니면서 쇼핑도 하고, 친구처럼 지내기 쉽다는 환상이 딸 선호사상을 만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환상’이다. 딸과 ‘친구’로 지내는 것은 엄마의 바람일 뿐 딸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치료사 캐서린 파브리지오는 착한 딸이 문제적 엄마와의 관계에서 겪는 죄책감, 수치심, 우울감, 자존감 상실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한다. 책은 착한 딸로 살아온 여성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고통을 정면으로 다루며,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지도 들여다본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가 감정을 억누르고 부모의 사랑을 확보하려 하는데 이런 종속관계는 딸의 진짜 자아를 밀어낸다. 그럼에도 가부장적 사회구조는 여성에게 순종과 희생을 강요하고, 이를 모계로 대물림한다.
미래를 사는 사람 샘 올트먼
키치 헤이기 지음·유강은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높고, 앞으로도 한동안 전 지구를 좌지우지할 사람으로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빼놓을 수 없다. 월 스트리트 저널 기자인 저자는 250번이 넘는 주변인과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올트먼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 올트먼이 실패했던 스타트업 경험부터 실리콘밸리 실세로 부상하기까지 전 과정이 책에 담겼다. 책에서 드러난 올트먼은 종교적 확신으로 기술 진보를 믿지만,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따라잡지 못할 만큼 빠르게 움직이기도 한다. 대립을 좋아하지 않아 가끔 더 큰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쓰러질 때마다 다시 더 큰 힘을 얻고 복귀했다.
있기 힘든 사람들
도하타 가이토 지음·김영현 옮김·다다서재·2만원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 저자는 임상심리학자로 조현병 환자들이 지내는 시설에 첫 업무를 가서 ‘있기’를 주문받는다. 조현병 환자들이 ‘있기’를 통해 불안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찾는 과정을 보면서 ‘있기’가 생존의 근간이 되는 행위임을 깨닫는다.
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
권정민 지음·창비·1만3000원
극우 세계관이 청소년 사이에 물든 사실을 알고 있는가.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는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동이 있던 다음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들을 극우에서 구출했다는 글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책에는 아이와 어떻게 논쟁적 주제에 관해 대화하는지 등이 담겼다.
정부의 원리
양재진 지음·마름모·2만2000원
정부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개론서가 아니다. 제도의 설계와 현실정치의 괴리를 드러내며, 어떻게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이 한국 정치에서 오작동하거나 왜곡됐는지 등을 밝힌다.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 로마 공화정, 미국 헌정주의, 한국 민주공화국 체제 등의 연원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