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대단합니다. 40여개국에서 1위를 달성했고, 영화 수록곡들은 글로벌 음원 차트에서 최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저도 딸아이와 함께 봤는데 줄거리 자체는 단순합니다. 악령들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 세계의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와 경쟁하며 악과 맞서 싸우는 과정이 주요 내용입니다. K팝 아이돌이 퇴마를 한다는 독특한 콘셉트, 높은 음악적 완성도, K팝 문화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등이 흥행 요인으로 꼽히는 것 같습니다. N서울타워가 영화 배경으로 나오고 까치와 호랑이, 단청 문양에 컵라면, 어묵 등 익숙한 음식까지 등장하는데 이런 한국적인 요소들이 K팝 음악들과 자연스럽게 버무려져 나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영화 곳곳에 한국어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에요. 노래 중간중간에 한국어 가사가 들리고, ‘사자보이즈’란 이름도 저승사자에서 따왔다고 하니 한국어가 최소한 문화예술 영역에서만큼은 영어와 비슷한 위상이 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놀라운 건 이 영화를 한국에서 만든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작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음악은 리퍼블릭 레코드, 배급은 넷플릭스에서 진행했습니다. 한국계 캐나다인이 공동 연출을 맡고, K팝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이 음악 작업에 참여하긴 했지만 모두 미국 회사들이죠. K팝 산업이 음악적 성과로 주목받는 것을 넘어서 해외에서 콘텐츠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다만 K팝 산업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은 상태는 아닙니다. 당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검찰에 고발될 처지죠. 방 의장은 2020년 하이브 상장 당시 주주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고 속여 주식을 팔게 한 뒤, 이후 수천억원의 상장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자본시장 교란 행위라는 점에서 상당히 엄중한 사안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최근 중국 기업이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중국 진출 재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엔터산업에 대한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세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네요. 아이돌 연습생을 상대로 한 성추행이나 갑질 의혹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옵니다. 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에 맞춰 내부 생태계의 자정과 혁신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윤석열 정부 시절 대대적인 감사와 수사로 요란했던 탈원전 정책 관련 재판 상황을 살펴봅니다. 정책 판단의 영역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어디까지 적절한지 짚어봤습니다. 인공지능(AI) 학습용으로 쓰이는 출판물 등에 대한 저작권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국내외 사례를 비교해봤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주 4.5일제를 시행 중인 사업장을 찾아 실태와 보완할 점을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