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여름은 덥다기보다 무섭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유리창마다 태양빛을 반사하는 빌딩들 사이에서 서울 같은 도시는 인공의 열에 갇힌 큰 섬이 된다. 하지만 여름이 돼야 비로소 진짜 얼굴을 꺼내 보이는 도시도 있다.
강원도 속초는 여름이 반갑다. 잘 정돈된 해변과 피서객들, 알록달록한 파라솔과 파도를 가르는 제트스키의 물살 같은 여름의 기세는 이 휴양도시의 풍경을 빠르게 채운다. 해수욕장 옆 관람차는 천천히 돌며 잠시나마 이 여름을 더 오래 보게 한다. 연일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폭염 뉴스조차 이곳에선 왠지 기꺼이 받아들여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