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1941년생인 어머니 집에는 컴퓨터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PC가 없습니다. ‘손 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은 가지고 계시니까요. 그래도 일상생활엔 큰 불편은 없는 듯합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지상파 드라마 방영 시간이 되면 TV 앞에서 ‘본방사수’를 합니다. 인터넷은 쓰지 않습니다.
AI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적응하는 사람들에겐 예전엔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겠지만, 아닌 사람에겐 막연하게 ‘뭔가 변화가 벌어지고 있지만 잡히지 않은 신기루 같은 것’일 겁니다.
‘100조원을 쏟아부으면 AI 3대 강국에 올라설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일찍 정하고 전문가들을 접촉했습니다. 100조원,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코멘트를 해준 한상기 박사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1년 예산은 18조8000억원입니다. 100조원이면 과기정통부 1년 예산의 5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죠.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굉장히 큰돈이지만 제대로 세계적인 강국이 되기엔 충분치 않다는 겁니다. 당장 AI 인력 유출, 그리고 실제 AI를 돌리는 데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체계 개편과 같은 인프라 정비가 우선돼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40대의 현업 AI 전문가를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했습니다. 마침 한상기 박사와 하정우 수석이 대담한 책이 출간 예정이었는데, 초판본을 읽고 기사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실 수석이 된 하정우 박사가 가진 전문성이었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갱신되는 AI 업계 발전 속도나 업계 동향 논문을 꿰고 있더군요. 이재명 정부가 제대로 된 인재를 골랐다는 안심 같은 걸까요. 동시에 드는 걱정은 다른 의미의 ‘사내 정치’가 살 떨리게 벌어질 대통령실에서 순진한 ‘개발자 출신 전문가’가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현업 기관사를 고용노동부 장관에 기용하는 것이나, 현업 AI 전문가를 새 정부의 핵심기조를 담당하는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하는 것이나 공통된 맥락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자들에게 이런 인사의 의미나 전망을 잘 분석해 전달하는 것도 시사주간지 기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